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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영이 Nov 25. 2024

[후유증]

    햇살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고교 동창생 다섯 부부가 1박 2일 동해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며칠 전부터 놀이 도구를 챙기고 아내는 음식 채비로 바쁘다. 출발 시간이 늦어져 급한 마음으로 자동차를 몰아 목적지로 향한다. 집에서 약속 장소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속도는 느리다. 도심을 지나 외곽으로 접어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길에 속력은 떨어진다. 순간 자동차가 멈췄다.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니 승용차가 진행하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어느 상점 앞에 멈춰있다.

    자동차끼리의 충돌로 놀란 아이들이 운다. 운전석 뒤쪽에 앉았던 아들 얼굴에는 유리 파편과 함께 피가 흘러내린다. 얼굴은 군데군데 유리 조각이 살점을 짓이겨 놓았다. 처음 당한 교통사고인지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근처에 사는 동생에게 연락을 하였다. 사고현장 조치와 함께 가까운 병원에 들러 치료를 하고 사고 상황을 본다. 교통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두 대의 승용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충돌한 사고다. 내가 운전한 승용차의 뒷바퀴 축 부분을 상대 자동차가 직각으로 충돌하여 그 충격으로 승용차가 회전하였다. 관할 경찰서 교통계에 사고 신고를 하고 상대 운전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였다.

    아들은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성형외과를 찾아 몇 차례 수술을 거쳤지만 여린 얼굴에 꿰맨 자국이 아직 뚜렷하다. 운전 부주의로 인해 교통사고가 일어났고 아픔으로 남는다. 상대 운전자는 트럭을 모는 사람으로 저녁 늦게까지 근무하고 이동을 하던 중이었다. 양쪽 보험사 담당자가 출동하여 사고 조사 후 내려진 통보는 6대 4의 쌍방 과실이다. 받아들일 수 없어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7대 3으로 정리되고 앞 문짝을 교체하였다.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를 떠올려보면 상대 운전자가 현장에서 대응도 없이 사라졌다가 시간이 지난 다음 경찰서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전날 음주 후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한 것이 아니었을까?

   후유증이 크다. 초·중학교 시절 얼굴에 파인 자국으로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배추벌레가 몸통을 움츠리듯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얼굴을 파묻던 때를 떠올린다.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는 아이에게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했다. 아들을 대할 때마다 그날의 충격에 한동안 잠긴다. 내가 조금만 더 주변을 살피는 운전이 되었으면 저 자국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사고 순간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일상적인 자동차 운전도 힘겹다. 설령 필요해서 운전을 하더라도 교차로 근처에서는 혼란스럽다. 반대 방향에서 느닷없이 자동차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위협을 떠올린다. 후유증은 곳곳에서 오래도록 남는 모양이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얼굴의 상처는 그나마 옅어졌다. 가까이에서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어슴푸레 보인다. 육체적 고통보다 숨겨지듯 드러나지 않는 눈초리가 더 힘들게 하였을 것이다. 당사자는 오죽하겠는가. 이제는 작은 일에도 신중함을 가진다. 건망증에 가스 불 확인하듯 두 번 세 번 살펴보는 가운데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고통이라도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부모의 마음은 매 한 가지다. 가장으로서 지난날의 부족함을 반성해 본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으리라. 아들이 성장하면서 겪은 고통이 새벽녘 안개가 아침 햇살에 사그라지듯 되기를 빈다. 산소 같은 새 식구 맞이하기처럼 부푼 마음으로 바뀌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 가족을 맞이하는 아들에게 미안함을 대신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도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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