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프랜차이즈 11월호 칼럼입니다)
코로나 19로 초래된 소비위축이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 한계상황에 몰리는 소상공인도 다수 나타나는 분위기다. 사람이 와야 뭐라도 해볼 텐데 길거리가 한산하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사람들은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대신 집에 머물며 온라인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소비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소상공인들이 기존에 해오던 전통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상황임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런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대응방법을 모색하다 보면 위기를 극복하고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찾고 친구들과 대화하며 상품을 구매한다. 집에서 실시간으로 회사 업무를 할 수도 있고 여행지를 둘러보며 대리만족도 얻는다.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사회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시대에 배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서초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와 광진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 씨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 19로 매출이 감소되자 A 씨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반면 B 씨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A 씨는 현재 코로나 19 확산 전과 비교해 매출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 물론 배달 매출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기 때문에 배달 수수료를 제하면 수익은 예전보다 줄었다. 그렇지만 경쟁점들의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A 씨의 대응은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한편 B 씨는 매출이 감소되며 한계상황에 몰려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수수료가 부담되어 배달을 꺼린다는 분을 종종 본다. 얼마 안 되는 매출에 배달 수수료까지 지급하면 손에 쥐는 돈이 적어 고민하는 심정은 이해된다. 그러나 만약 위 사례의 A 씨가 배달을 안 했다면 현재 매출의 60%가 사라져 폐업을 고민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배달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을 통해 제공한 정보와 실제 상품이 다를 경우 고객은 다른 잠재 고객들에게 실망 후기를 남긴다. 이는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활발히 소통하며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노력과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적시에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고객과 실시간 소통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개발 보급되어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 19는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외부활동 제한에 따른 심리적 위축을 가져왔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피드백을 주고받는 랜선 피트니스, 친환경 웰빙 식재료로 만든 밀 키트 등 건강과 관련된 상품을 찾게 되었고, 자발적 격리에 지친 스스로를 위로하는 소비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추석에 소비자 가격이 15만 원이나 하는 막걸리가 완판 되었다 한다. 해남에 있는 해창주조장에서 만든 “해창 롤스로이스”라는 막걸리인데, 유기농 찹쌀을 사용하고 감미료는 넣지 않으며 4번에 걸쳐 발효와 숙성을 반복해 만든다. 싼값에 마시는 술로 인식되어 온 막걸리도 고급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또한 외출복이나 액세서리 등의 소비가 줄었다. 집에서는 간편한 트레이닝복만 입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외출 빈도가 줄어든 만큼 여러 벌의 옷을 구매하는 대신 비싼 옷 한 벌을 구매하여 스스로를 위로한다. 비싼 상품은 좋은 품질이라는 우리 사회의 암묵적 합의에 따른 과시욕과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 정도는 소비할 수 있다는 의식이 결합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전히 가성비를 강조하는 소비가 대세지만 소비자의 심리적 위축을 달래주는 틈새시장으로서 가능성이 엿보인다.
가격을 올려 받는다고 해서 고가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창 롤스로이스의 사례에서처럼 풍부한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완성된다. 방송에서 소개되는 맛집들은 부단한 노력과 반복된 실패를 극복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성공한 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소비자들은 그런 노력을 인정하고 다소 비싸더라도 찾는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가 변하는 것을 알지만 여건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상공인은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해 보자. 인터넷 활용과는 거리가 멀고 비싼 고급 상품을 만들 수 없더라도 위생과 청결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고객 공간을 널찍이 하며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고객은 찾아올 것이다. 여전히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려는 고객은 많다. 대면접촉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기대치보다 높은 품질의 상품을 제공하면 된다.
불편함이 없는지 귀 기울이고 고마운 마음을 진정성 있게 표현해 주며, 좋은 재료를 사용하되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인다면 고객은 만족하고 찾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