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취약성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 매들린 랭글 -
'마음 가면'에 나온 문장이 마음으로 훅 들어왔다. 취약성을 감추려고 애쓰다가는 취약성이 더해질 뿐이다.
어제 장례식장에 가는 길에 20여 년 전 교회 청년부 때 친구였다가 작년 이맘때 다시 연락이 된 친구를 픽업했다. 작년에도 이런저런 사는 속내를 나누었는데, 차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취약성을 너무도 쉽게 드러냈다.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 취약했던 기억들을 주욱 이어진 파노라마 필름처럼 펼쳤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내가 상처라고 기억했던 사건들의 크기가 작아짐을 느꼈다.
장례식장에서 함께 조문을 하고 대화를 끝내기가 아쉬워 병원에 딸린 편의점에서 음료를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함께 모인 친구들은 착하고, 순수하고, 여전히 소년의 눈을 지니고 있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의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매일 약을 복용하고,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친구. 그동안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았기에 이제는 타인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친구. 원치 않는 이별로 혼자 잠드는 친구. 이사를 가기 전에 맛있는 밥 먹고, 이사를 가서도 또 먹기로 했다. 밥이 모이고 모여서 진심이 되고 진심이 모이고 모여서 즐거이 살아갈 힘이 되면 좋겠다.
"친구야, 오래 맛있게 밥 먹자!"
#라라크루 #라이트 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