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만 닳고 있었다

by 아림

진척 없는 일에 고집을 피우면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힘들었던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무언가를 계속 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성과가 나지 않는 일을 붙잡고 있으면

사람은 점점 더 가까이 들여다본다.

혹시 내가 못 본 게 있을까 싶어서.

그래서 눈이 아프다.

자세를 바꾸지 않는다.

흐름이 바뀔까 봐, 혹은 그냥 무서워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허리가 아프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계산이 돌아간다.

'조금만 더 하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 그만두면 지는 거 아닐까.'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

우리는 종종 고집을 노력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포기하지 않는 자신을 대견해하면서

사실은 두려움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돌아가는 게 싫어서.

지금까지 쓴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그리고 무엇보다,

'괜히 시작했나'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인정하기 싫어서.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벽을 계속 밀고 있으면

벽은 그대로인데

내 어깨만 닳는다.

그때 필요한 건 더 많은 힘이 아니라

다른 각도일지 모른다.

꼭 부수지 않아도 된다.

돌아가는 길이 있을 수 있고,

애초에 벽이 아니라 문이었을 수도 있다.

멈춘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다.

방향을 바꾼다고 해서 패배도 아니다.

오히려

내 몸이 먼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나를 지키는 사람이 된다.

진척 없는 일에 고집을 피우면

몸이 먼저 망가진다.

그러니 오늘은

벽을 밀고 있는 손에 힘을 빼보자.

혹시 모른다.

그 벽은 밀어야 하는 게 아니라

놓아야 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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