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동생을 만났다.
우리는 둘 다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며칠째 제대로 밥을 못 챙겨 먹었다는 동생의 말에 마음이 쓰였다.
"따뜻한 밥 먹자." 자연스럽게 한식집을 찾았다.
멀리 가기엔 조금 번거로워서, 평소 지나가다 몇 번 봤던 식당으로 향했다.
그곳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식당 이름에 사람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 건물 외벽에는 그 사람의 얼굴 사진도 크게 붙어 있었다.
이름을 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장사를 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왔다. "이건 내가 책임진다"는 선언 같아서.
그래서 우리는 약간의 기대를 안고 들어갔다.
영업 시작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이미 몇몇 테이블이 차 있었다.
한식집 특유의 청국장 냄새가 가득했고, 그 분위기만으로도 왠지 든든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주문을 하고 나서였다. 음식이 너무 빨리 나왔다.
반찬이야 미리 담아둘 수 있다 치자. 그런데 메인 요리인 보리굴비와 제육볶음까지 거의 동시에 나왔다. 그 속도에 살짝 당황했다.
보리굴비는 지나치게 말라 있었고 온기가 전혀 없었다. 제육볶음에서는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났다.
동생과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그 눈빛.
"우리가 너무 기대했나?"
"생각보다… 좀 그렇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우린 일단 젓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한 나물 반찬에서 살짝 시큼한 맛이 났다.
원래 이런 맛인가 갸웃하기엔 어딘가 미묘했다. 실망이 조금씩 쌓였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직원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반찬 그릇을 회수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묘하게 불편했다.
아무 말 없이, 갑자기 팔을 쑥 뻗어 그릇을 가져갔다. 설명도, 사과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두 눈을 잠시 감고, 고픈 배를 달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생각이 맴돌았다.
자기 이름을 내건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식당은 분명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처음에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이름이 상징하던 무게가 가벼워진 건 아닐까.
자신감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름을 건다는 건 "나는 이걸로 평가받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니까.
나 역시 요즘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한다.
어떤 이야기를 쓸지, 어떤 색깔을 가질지.
그런데 어제 그 식당을 다녀온 뒤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브랜딩은 포장 기술이 아니라는 것. 결국 남는 건 책임이라는 것.
나는 무엇에 대해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더 많이 보이기 전에, 먼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제의 식사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덕분에 오래 생각하게 됐다.
결국 이름을 설명하는 건 화려한 간판이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한 접시의 온기와 말 한마디의 진심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