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은 사람을 만나면, 연애가 달라진다더니.
어떤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어서 비혼주의자를 꿈꿨던 건 아니었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해 봤을 때, 과연 내 집과 삶을 타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솔직히 막막했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다른 누군가를 지탱해 줘야 한다는 것이.
그렇다고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면 된다는 말은 내게 너무 꿈같은 이야길 하는 것처럼 들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타인에 대해 신뢰감이 무척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비혼주의자야!'라고 선언한 적은 없지만 어렴풋이 자신의 미래는 비혼일 거로 생각한 거 같다. 서른이 되었을 때도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 없으니 그 생각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미디어에서 비혼주의 영상에 달리는 "아직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그래요.", "사랑을 못 해봐서 그래요." 이런 댓글들을 보면 무의식 중에 반박하고 싶어졌다.
좋은 사람?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되면 그와 평생 살고 싶어질 결심이 서는 걸까? 과연 세상에 그런 좋은 사람이 있을까? 다들 그냥 혼자가 싫어서 적당한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게 아니었나? 하지만 사람은 늘 변한다. 좋은 사람이 변할 확률을 배제할 수는 없다. 언제가 날 배신하면 어떻게 하지? 그런 배신보단 차라리 외로움이 낫지 않나?
물론 흐르는 20대 동안 사람을 만나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전부 한 달 정도로 끝났고,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사람'은 내게는 영영 없을 거 같았다. 나와 달리 주변 친구들은 참 연애를 열심히 했는데, 그들이 어떻게 하는 건지 내심 신기하기도 했다. 반대로 친구들은 오랫동안 옆자리를 비우는 날 보며 항상 신기해하곤 했다. 외롭지 않은지 물었고, 가끔은 자유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난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나쁘지 않아."라고 대답했다. 거짓은 아니다. 실제로 그때의 난 일상이 좋았고, 나쁠 것은 하나 없었다. 애인을 만난 지금도 그 감상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이 더 행복할 뿐이다.
이제는 비혼주의 영상에 달리는 댓글에서들 말하는 그 '좋은 사람'이 어떤 건지 안다. 그리고 무슨 마음으로 하는 말인지도 안다. 현재의 애인을 만나 연애하면서 그 사람뿐 아니라 나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게 됐다. 자기 성찰을 잘하는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고 했던가? 그만큼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을 빼놓을 수가 없다. 마치 연애의 부록처럼 딸려 온다.
연애를 지속하면서 나는 자신에 대해 빠르게 알아나갈 수 있었다.
우선 나는 비혼주의자가 아니었다.
평생을 믿고 살 만큼 의지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었다.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해도 내 삶이 불행하거나 슬프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어떤 불신은 타인과의 교류가 꼭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제는,
그 말을 무조건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을 아직 안 만나봐서 그래요.”
그 말이 틀렸다고는, 나도 더는 말하지 못하겠다.
Q. 여러분께도 가치관이 바뀌는 인생의 전환점이 있나요? 그 순간은 어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