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는 현실, 결혼은 책임?
애인과 나는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다. 서울과 부산, 한국과 일본, 그런 식의 극단적인 장거리 연애는 아니지만, 서로의 집에 가려면 차를 타고 두 시간은 가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둘 다 면허가 있었고 차가 있었다. 물론 연애를 시작할 때 내 차는 주차장에 방치한 지 수개월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연애 시작과 동시에 내 운전 실력도 향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난 지금까지도 애인의 집까지는 혼자서 차를 끌고 가지 못한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둘 다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 탓일까. 우리는 만난 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일찍부터 동거와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애인은 함께 사는 것은 현실이라고 했다. 나도 공감했다. 집안일, 식성, 취미 등 사소하게는 기상 시간까지ㅡ함께 살게 되면 모든 게 ‘조율’의 문제가 될 것이 뻔했다. 애인은 가끔, 나와는 갈등을 피하지 않고 자주 싸우게 될 거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 성격을 보아 짐작컨대, 갈등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일까. 동거했을 때 생길 수많은 문제와 갈등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 당시 애인과 싸움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었던 풋풋한 시절이라, 나는 그저 '조율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넘어갔다. 물론 지금도 크게 두렵지 않다. 애인과의 싸움은 하늘이 뒤집어지는 듯한 고통과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다주었지만 어쨌든 해결되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가족과도 100% 맞지 않았지만, 문제가 될 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였다. 가족과도 같은 신뢰. 어젯밤 우리가 싸웠어도 이 사람은 내 편일 거라는 신뢰.
"결혼과 동거의 차이가 뭐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애인이 물었다. 그때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다. 서로의 가족이 가족이 되는 거라고 대답했던가?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만 툭툭 튀어나왔다. 그 뒤로 종종 고민하곤 했다.
결혼과 동거의 차이가 뭘까? 법적으로 신고된 관계라는 걸 제외하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 아니. 어차피 우리는 결혼하지 못할 테니 이런 깨달음은 필요가 없는 걸까.
그 후로 어떤 미디어에서 결혼과 동거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결혼에는 책임이 뒤따른다고. 동거할 때는 둘만 같이 살면 되던 것이, 결혼 후에는 서로의 가족을 챙겨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갑자기 생긴다는 소리였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결혼의 메리트가 떨어지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할 수 있다면 애인과 결혼하고 싶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이런 마음이겠지.
책임만 추가되는 거라고 해도 완벽하게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반박할 여지 없는 분명한 가족이 되고 싶은 마음.
결혼이라는 책임은 단지 서로의 가족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책임질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일 아닐까.
Q. 여러분은 동거가 아닌 결혼이 주는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