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까만 수트와 풍경소리

생일의 상징이자, 죽음을 배웅한 옷

by dear M

“여보, 나 요즘 왜 이렇게 샛까만 수트가 입고 싶지? 아주 샛까만…”
“왜 갑자기?”
“몰라, 그냥 샛까만 수트가 예뻐 보여.”


2017년 3월 9일, 남편의 생일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아주 새까만 수트를 선물했다.
단정하고 묵직한 색감이 왠지 그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때까진 그저, 봄의 시작에 어울리는 작은 선물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여드레 뒤인 3월 17일,
남편은 그 수트를 입고 아버님의 장례식장에 서 있었다.
그 수트가 생일의 상징이자,
죽음을 배웅한 옷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이,
남편이 처음으로 그 샛까만 수트를 입은 날이었다.




2017년 3월16일 밤

아버님이 외출을 마치고 들어오셨다.

“다녀오셨어요?”
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항상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들어오시던 분인데,
그날은 신발을 신은 채 한 발 한 발 신발장 안에 놓고 벗으신 후

신발장 문을 닫았다.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조금 취한 듯 얼굴이 붉었고,
어딘가 들뜬 표정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여자친구분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셨구나.’

그날 저녁, 풍경소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유난히 또렷한 소리였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마지막으로 들은 풍경소리였다는 걸.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