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마지작 아침, 그리고 내가 몰랐던 시간의 끝
2017년의 봄이 오는 어느날 이었다.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킨후 집 안에는
나와 아버님만 남았다.
늘 그렇듯, 조용하고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날의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날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시아버님께 드릴 과일을 테이블에 준비해두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니 과일은 그대로였다.
'아직 주무시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아래층 사무실과 집을 오가며
아버님이 외출하시기만을 기다렸다.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아래층 사무실로 내려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들이켰다.
마지막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그 연기를 손으로 휘저어 환기를 시키던 그 순간.
'아, 오늘도 하루가 시작됐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위층으로 올라와 음악을 틀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
사부작 사부작,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붓질을 이어갔다.
얼마나 그렸을까.
붓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향했다.
딸이 먹을 간식과 간단한 반찬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크게 틀어둔 음악소리,
음식 냄새, 그리고 환풍기 소리만 가득한 공기 속에서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늘 그렇듯,
그 시간은 가장 행복한 나만의 순간이었다.
아침에 올려두었던 손대지 않은 과일 접시를 손에 들고 주방으로 가던 중,
아버님의 방문이 꽉 닫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보통은 외출하실 때 살짝 열어두시는데
이상하다고 느꼈다.
닫힌 방문, 손도 대지 않은 과일 접시.
아버님은 주무실 때는 문을 잠그고,
외출할 때는 살짝만 열어두는 분이었다.
주무신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늦은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