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는 순간

문이 열리고 죽음을 맞이한 순간

by dear M

오후,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님이 과일을 안 드셨는데 신발이 없어. 외출하신 것 같아. 한 번 전화해봐.”

딸을 데리고 돌아오는 길, 남편이 말했다.
“아버지가 전화를 안 받으시네. 외출하신 것 같으니 걱정하지 마.”

하지만 이상한 기분이 지워지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말했다.
“한 번만 더 전화해봐.”

“안 받으시는데… 외출하셨겠지.
정 걱정되면 옆에 열쇠 있잖아. 문 열어봐.”

딸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버님의 방문 앞에서 조심스레 노크를 했다.

“아버님, 아버님… 아직 주무세요?”

대답이 없었다.
문은 잠겨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 옆에 걸린 열쇠를 집어 들었다.
열고 싶지 않았지만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문이 열리는 순간,
세상이 멈췄다.


아버님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침대 아래에 엎드려 계셨다.

엉덩이와 다리 부분의 멍 같은 푸른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놀라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구급요원은 전화로 응급조치 방법을 알려줬지만
이미 차갑게 굳은 몸에 손이 닿는 순간,
나는 알았다.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주저앉았다.


죽음을 처음 마주한 손이 떨리고 숨이 막혔다.

곧 구급차와 경찰이 도착했다.
아버님은 이미 돌아가셨다고 했다.
사망 추정 시각은 여섯 시간 전쯤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는 평소처럼 나만의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잠시 후 경찰이 다가와 말했다.
“아이 앞에서는 울지 마세요.
이 상황이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습니다.”

울음을 삼키며 마음을 다잡았다.


곧 남편이 도착했고,
국과수 요원과 남편의 누나들이 차례로 들어왔다.

둘째, 셋째 누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첫째 누나는 나를 보며 물었다.

“그냥 갑자기… 그렇게 된 거야?”

그 말의 가벼움에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딸을 안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형사 두 명 중 한 사람이 내게 물었다.

“어떻게 된 상황이죠?
아버님이 준비해둔 과일도 안 드시고
아침부터 얼굴도 안 보였는데,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됐죠?”

“아버님이 왜 자기 방 문을 잠그고 주무셨나요?”
“평소 관계는 어땠습니까?”

짧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눈빛에는 미묘한 의심이 섞여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평소처럼 문을 잠그고 주무셨을 뿐이라고.
아침마다 과일을 준비해드렸고,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고.


조사는 계속됐다.

“이 건물에는 총 몇 가구가 살죠?”
“우리가 주인세대고, 위층부터 50가구가 살아요.”

“이 건물 주인이라구요?”
“네. 아버님이 건물주세요.”

경찰은 잠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럼 얘기가 좀 달라지겠네요.”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부부 두 분 모두 조사에 응해주셔야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우리는 경찰서로 향했다.
옷을 챙겨입을 틈도 없이
그대로 경찰차에 올랐다.


남편과 나는 각각 다른 자리에서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끝나고 서로를 본 순간,
말없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꾹꾹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우리가 경찰서에 있는 동안
집에는 남편의 둘째, 셋째 누나와

우리 딸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문을 잠그고, 딸을 데리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집에 들를 틈도 없이
곧장 장례식장으로 향해야 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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