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자나는 집
첫째 제이콥은 유독 기발한 상상력과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였다. 한창 스파이더맨 영화에 심취해 있을 땐 손바닥을 펼쳐 “슈웃, 슈웃!”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동생들에게 상상의 거미줄을 날리곤 했다.
어느 날은 거실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railing) 사이사이를 하얀 면실로 이리저리 연결해 놓았다. 그것도 모자라 벽에 테이프까지 붙여서 줄을 연결 놓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영화 속에서 보석을 훔치러 갈 때 통과해야 하는 레이저 광선 세트장 같았다.
“이게 다 뭐야?”
내가 기가 차서 묻자 아들은 세상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미줄이야! 나쁜 놈들이 우리 방에 못 올라가게 내가 막아놓은 거야.”
기발한 상상력이 귀여워서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며칠 뒤 거실 바닥을 걷는데 발바닥에 끈적한 게 붙었다.
“아유, 뭐야! 이 투명 테이프!”
하나를 뜯어내고 나니 계단 쪽은 더 가관이었다. 내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아들이 저 멀리서 소리쳤다.
“엄마, 조심해! 그거 폭탄( bomb) 이야! 나쁜 놈들 잡는 거!”
“이러다가 나쁜 놈이 아니라 엄마부터 잡겠다! 테이프 당장 다 뜯어내!”
결국 아들은 눈에도 잘 안 보이는 투명 테이프를 찾아 온 집안을 기어 다녀야 했다. 그러다 시간이 한참 지나아이가 찾지 못했거나? 슬쩍 남겨둔? 테이프가 먼지를 타서 회색이 된 채 나타날 때면 헛웃음이 나오곤 했다.
그 아이의 호기심은 자라면서 계속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소소한 사건들도 뒤따랐다. 지하실에서 빨래를 가지고 올라오던 어느 날이었다. 계단 옆 벽면에 작은 구멍이 보였다.
‘이게 뭐지?’
싶어 두 칸 세 칸 올라가니 구멍의 흔적이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큰아들의 방이었다.
아들의 침대 옆 벽면에는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었다. 누가 봐도 송곳 같은 것으로 박아 놓은 듯한 자국이었다.
“악! 제이콥!! 이게 다 뭐야!!”
내 큰소리에 옆방에서 남편이 화들짝 놀라 건너오고, 아래층에서 TV를 보던 아이도 “무슨 일 있어?”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라왔다.
“이 구멍들이 다 뭐야? 대체 뭘 한 거야?”
내가 화가 치밀러 언성을 높이자 남편이 조용히 아이에게 물었다.
“제이콥, 왜 이런 거야?”
그러자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아니 오히려 당당하게 대답했다.
“아빠, 내가 침대에서 뒹굴다가 벽을 쳤는데 소리가 다른 거예요.
여긴 ‘쿵’인데 저긴 ‘콩’.
그래서 벽 안에 뭐가 있나 궁금해서 지하실에서 전기 드릴 가져와서 뚫어봤어요.”
그 말에 나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남편은 차분하게 벽의 구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벽 안에는 나무 지지대 말고는 비어있어서 소리가 다른 것이며 그 사이로 전선이 지나가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수습할 차례였다.
“제이콥, 월 퍼티(wall putty) 사서 네가 직접 바르고 페인트칠하면 10불도 안 들지만, 핸디맨 (handy man)을 부르면 300불 정도 들 거야. 넌 어떻게 할래?”
아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 홈디포 (Home Depot: 대형 철물점, 건축 자재판매점) 가요…“
그렇게 드릴 사건은 아들이 직접 벽을 메우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그 호기심은 고등학생 때도 계속됐다. 콜라 캔을 잘라서 팝콘 메이커를 만들더니 정말로 팝콘 몇 알을 튀겨 동생들에게 맛보게도 하고 할아버지 댁에서 얻어온 고추 모종에 와이어를 칭칭 둘러메어 모양을 잡으며 분재에 입문하던 모습도 선하다.
언제나 예측 불허였던 아이의 호기심은 그렇게 집안 곳곳에 저마다의 흔적을 남기며 지금도 여전히 호기심은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