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구십니까?

by Ms Lara

아침마다 우리 집 현관문 앞에서는 이름들의 전쟁이 벌어진다. 등교 전 Agenda (알림장)에 사인을 마치고 또 정신없이 도시락 가방을 챙기며 다급하게 소리친다.


"제이든! 이거 가방에 넣어!"


내 부름에 둘째 에이든이 입을 삐죽 내밀며 아젠다를 받아 가방에 넣는다. 서운함이 가득한 얼굴을 보고서야 아차 싶어 다시 목청을 높여본다.


"에이콥! 얼른 내려와!"


이번엔 첫째 제이콥이 이층에서 후다닥 내려와 도시락을 챙긴다.


날이 갈수록 제이콥과 에이든이 묘하게 뒤섞여 '제이든'과 '에이콥' 같은 정체불명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횟수가 나날이 는다. 그럴 때마다 큰애는 웃어넘기고, 둘째는 "히잉, 내 이름도 몰라?" 하며 내심 서운해한다.


미안한 마음에 슬쩍 농담을 던져본다.


"에고, 미안! 그런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실 이 농담은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육 남매 중 셋째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언니들과 동생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으며 한참을 헤매다 마지막에야 숨을 가다듬고 내 눈을 마주치며 "라라야“ 그 짧은 이름을 듣기까지의 기다림이 어린 마음엔 참 길고도 서운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의 나처럼 지금 우리 집 둘째도 그 이름의 엇갈림 속에서 서운함을 쌓아가고 있나 보다. 큰애는 신경도 안 쓰고 막내는 정신없는 엄마가 그저 웃기는지 히히히 웃고만 있는데 유독 둘째만은 내 농담조차 싫은 눈치다.


그 마음이 육 남매 중 셋째인 나의 어린 시절과 겹쳐 보여 마음 한구석이 짠해진다. 이제야 그때의 우리 엄마가 왜 그렇게 이름을 섞어 불렀는지 그 정신없던 아침들이 비로소 이해가 가는 날이다.


아이들을 다 보내고 나서야 찾아온 고요한 시간. 식어가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며 아침에 있었던 일들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제이콥과 에이든이 섞여 '제이든'과 '에이콥'이 되는 것까지는 내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렇다 치자.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 집에 살지도 않는 '이자벨'은 어디서 자꾸 나오는 걸까?


아나벨을 부르려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정체불명의 이름, 이자벨. 내 기억 어디쯤 숨어있던 이름인지 알 길은 없지만 있지도 않은 이자벨을 애타게 찾으며 아침을 여는 내가 참 어이없다.


"정신줄 잡자! 우리 집엔 제이콥, 에이든, 아나벨이 산다."


혼자 킥킥거리며 식은 커피를 마저 비운다.

매거진의 이전글제이콥의 거미줄과 드릴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