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을 거닐다 옷가게 마네킹과 눈이 마주친다. 가게 안으로 발을 들이지만, 화려한 조명을 받는 신상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장 매장 구석, 정리가 덜 된 채 쌓여 있는 이월 상품 코너로 직행을 한다.
"이거 괜찮은데?" 싶어 들여다보면 노란 딱지다. 패스. 다시 뒤적이다 "이건 좀 낫네" 싶으면 빨간딱지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내려놓는다. 그러다 계절이 훌쩍 지난 옷 뭉치에서 빨간딱지가 두 개 붙은 녀석을 발견한다.
"앗싸! 소리가 절로 나오는 득템의 순간이다.
아이들이 한창 자랄 때는 늘 이렇게 일 년 전부터 내년 입힐 옷을 미리 준비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다 커버린 아이들은 엄마가 미리 사둔 옷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특히 우리 집에서 '제일 비싼 몸'인 막내딸이 그렇다.
평생 제값 다 주는 옷은 사본 적이 없는 나인데, 딸아이는 세일도 안 하는 신상 쫄쫄이 레깅스가 갖고 싶단다. 검은색 기본 아이템이라 세일 계획도 없으니, 지금 사서 해질 때까지 입는 게 오히려 돈을 버는 거라며 옆에서 열띤 프레젠테이션을 펼친다. 결국 못 이기는 척 손을 떨며 카드를 꺼낸다.
언젠가 막내동생이 그랬다. "언니는 백억이 있어도 세일 안 하면 못 살 사람"이라고. 나에게는 맞는 말이지만, 딸에게만은 한없이 약해지는 게 엄마다. 떨리는 손으로 계산을 마치고 영수증을 받아 드는데, 신기하게도 아까와 달리 돈이 아깝지 않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딱 그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