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댁에서는 주말마다 간간이 팟락 파티를 하곤 했다. 각자 한 가지 음식씩 준비해 모여 먹고 담소도 나누는 파티다.
나는 불고기와 도토리묵을 준비했다.
대기업표 불고기 양념에 고기를 재워 갔다. 아이들과 거실에서 놀다 보니 불고기 요리하는 걸 깜빡했다.
주방에 가보니 시어머니가 이미 재워둔 고기를 데우고 계셨다. 그런데… 내가 알던 불고기가 아니다.
어딘가 낯설게 걸쭉하다. 내가 갸우뚱하자 시어머니는 뿌듯한 표정으로 한 마디.
“전분가루 한 숟가락 넣어서 더 맛있게 했어~”
아… 네네…
한국과 중국 음식의 콜라보레이션이네요, ㅋ
도토리묵은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요리법에도 분명하게 쓰여 있다.
“쉬지 말고 저어주세요!”
처음엔 가볍게 시작하지만 점점 팔이 무거워지고 묵은 더 묵직해진다.
나는 15분 동안 냄비 앞을 지키며 쉬지 않고 저었다.
그렇게 만든 도토리묵을 유리통에 담고 간장 소스도 따로 준비해 갔다.
막상 저녁 테이블을 보니 내 도토리묵은 보이지 않았다. 에피타이저로 가져온 음식들이 워낙 화려해서 초라한 갈색의 도토리묵은 스프링롤에게 살짝 밀린 듯했다.
그렇게 저녁을 다 먹고 나니 시어머니가 묵을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종지에 담아 나오셨다.
그리고 메이플 시럽으로 살짝 가니시하듯 쓱 뿌리셨다.
시어머니는 아주 자랑스러운 얼굴로
손님들에게 소개하셨다.
“This is a Korean acorn pudding!
이건 한국에서 온 도토리 푸딩이에요!”
한국과 캐나다의 작은 콜라보레이션이 완성된 순간이다.
다들 씁쓸한 도토리 푸딩 위에 달콤한 메이플 시럽을 얹은 이 ‘고급 디저트’를 맛있게 드셨다.
그날의 피날레를 장식한 최고의 디저트였다.
지금은 연세가 많으셔서 예전처럼 파티를 열진 못하시지만 가끔 도토리묵을 쑬 때면 그때가 떠오른다.
도토리묵 황금레시피를 보고 만든 간장 소스는 그날 꺼내보지도 못하고 시댁 냉장고 구석에 그대로 남겨두고 왔는데…
그나저나 그때 그 간장통은 어디 간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