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너에게

인생의 첫 실패에 무너진 너를 위로해

by 박하

안녕,

안녕하지 못한 너를 위로하려고 해.




너의 하루는 찬 새벽 공기에서 무거운 밤 빛깔로 끝나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 별 의미가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을 거야.

네가 하루에 가장 많이 보는 건 많은 사람들의 뒤통수와 초록색 칠판이겠지.

힘들다고 습관처럼 말했다가, 뭐가 힘든지도 모르겠어서 허탈하게 웃어버리고 마는 스무 살의 너.



십수 년이 지나고 보니 그래.

그때의 네가 가진 것은 부서진 자존심뿐이었어. 그것도 완전히 산산조각 난.

너 자신에 대한 믿음, 부모님의 기대, 꿈꾸던 화려한 스무 살에 대한 환상까지 모든 것이 망가졌지.

거짓말 같았던 성적표와 위로받지 못하는 울음만이 너를 감정의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길 잃어버린 아이처럼 세상이 낯설게만 보였을 거야.




그럼에도 네가 아주 대견한 건 말이야,

그 부서진 자존심 위에 결국은 일어서서 네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이야.

아픈 마음의 땅을 꾸역꾸역 가다듬고, 물을 주고, 다시 뛸 수 있게 만들었지.

네 의지가 대단하거나 유난히 멘탈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야.

아무도 널 믿지 않고, 너 자신조차 너를 의심하게 되었음에도

일단 해내고 보자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너는 5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그런 상황과 맞설 거고,

그때마다 지금의 너를 떠올리며 이겨낼 거야.

나는 네가 버텨낸 스무 살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특해서,

사방으로 닥쳐오는 삶의 풍파를 오롯이 견뎌 낼 수 있었어.



너무나 고마워.

폭풍같이 몰아친 청춘의 늪에서, 삶에 지칠 대로 지친 내가

그래도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은 다 네게서 온 거야.






2018년 6월,

작가 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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