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당신에게 보내요
누구에게나 보낼 수 있고
누구나 받을 수 있고
누구나 자기 것처럼 읽을 수 있는
그런 편지를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어릴 적부터 편지 쓰는 것이 즐거웠어요.
어느 날은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어느 날은 사랑해 마지않는 이에게
어느 날은 잘 보이고 싶은 윗사람에게
어느 날은 무거운 마음을 담아 위로하고 싶은 이에게
큰 고민 없이 쭉쭉 써 내려간 문장들은
누군가에겐 내가 생각한 감동 그 이상이기도 했어요.
얼굴을 마주하고 하는 그 어떤 대화보다
글 앞에서 나는, 훨씬 더 진솔했나 봅니다.
신기하게도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해요.
10여 년 전 받았던 편지를 꺼내 읽어보면
마치 일주일 전에 받은 듯 한 생생함이 들 정도로
나는 변함없이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습관처럼 매년 연하장을 쓰고 있지만
적다가 아차, 싶어서 수신인을 바꾸어도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아요.
어쩌면 누구에게나 할 말은 비슷했었나 싶죠.
문득 생각했어요.
그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편지를 쓰자고.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누구나 그 감동을 느낄 수 있고
누구나 같은 위안을 느낄 수 있고
누구나 똑같이 행복해지는
그런 편지를 써보려고요.
어쩔 땐 너무 소소하고
또 어쩔 땐 너무 평범해서 지루할지 몰라요.
하지만 끊임없이 보낼게요.
언젠가 당신 마음에 닿을 날까지 그렇게.
어때요,
제 마음이 당신에게 전해졌나요?
2018, 작가 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