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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Sep 13. 2023

달라서 사랑했는데, 달라서 미워질 때

나의 이상형만 골라 담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BGM : Trap - henry





사람을 만나면 좋으면서도 기가 빨려서 소모되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재밌고 좋은 시간을 보냈어도, 혼자가 되면 그 시간들에 대한 공허와 외로움이 밀려왔다.




계속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는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언가 더 소진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을 잘하고, 내게 없는 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 나와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


같이 있다 보면 내 결핍을 채우거나 상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끌렸다.




분명히 나와 다른 사람이라서 끌렸고, 친해지고 싶었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는데, 정확히 그 지점 때문에 서로가 힘들어졌다.


내가 원하거나 알고 있는 방식의 배려나 애정 표현이 아니면 상대방의 호의를 눈치채지 못했다.


나도 배려받고 있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만큼 나한테 반응하지 않으면 절절맸다.


나처럼 느끼고 행동하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넓은 범위의 소유욕이 자꾸 건드려졌다.


착취하도록 제 발로 나를 제물로 바쳤다.




심지어는 그토록 바라던 관심과 인정, 사랑을 받았을 때에도 불편함을 느꼈다.


받은 만큼, 그 이상으로 돌려주고 싶어졌다.


내가 더 많이 줄 때, 마음은 공허해지는데 역설적으로 편안했다.




갈등이 생기면 온 신경이 거기에 쏠렸다.


갈등은 관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신호이자 공포였다.


혹시나 미움받거나 상처받거나 이게 마지막 대화가 될까 봐 늘 겁이 났다.




관계를 고정된 값으로 두고 싶다.


변화가 두려웠다. 를 잃는 게 두려웠다.




변화하지 않기 위해서 상대에게 과하게 맞춰 줬다.


그걸 상대방도 좋아할 거라고 착각했다.




계속해서 ‘저 사람이 나를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지나치게 의심하거나 걱정하거나 불안해했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관계의 유통기한을 정했다.




그 의미 안에 갇혀서 거기서 안정감을 찾았다.


그런 관계를 힘들어하고 탈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그렇게 관계 맺는 걸 반복했다.




한 사람에게 쏟는 에너지가 이미 너무 크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좁고 깊게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나랑 온전히 통하는 사람이 없어서 불만족스러웠다. 늘 공허해지는 원인이었다.


그에게 중독되어 있었다.




나랑 달라서 사랑했으면서 나랑 같아지길 바랐다.




그러나 달라서 사랑한 만큼, 다르다는 걸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했다.




나와 상대의 다름을 선을 잘 긋기로 한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나를 인정하되, 지금 눈앞에 있는 그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다.


그 때야 비로소,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평화로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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