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

외로움과 소확행에 관하여

by 이서영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

어학원 반 학생들과 선생님이 모여있는 와츠앱에 알림이 왔다.

"오늘 발생한 지진으로 인하여 내일 학교가 쉰다는 것"

지진은 대략 그날 저녁시간 전에 일어났었는데 한참 지난 새벽이 되어서야 연락을 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고, 앞으로 날 지진이 아닌 이미 발생한 지진때문에 학교가 쉰다니..

학교를 안가서 기쁘다는 감정보다는 '내 수업료!, 내 돈! 하루 수업료라도 환불해줬으면..'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내가 낸 수업료를 수강일자로 나누어 하루치에 해당하는 수업료가 얼마인지, 얼마를 내가 날린것인지.. 계산한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금요일, 늦잠을 자고 일어나 이제 남은 금,토,일 연속 3일을 무얼할지 고민했다.

돌아보면 한국에서의 나는 늘 무언가 해야할 일들이 있었다.

학생일 땐 무언가를 배우면 준비해야하는 시험이 있었고, 마감기한 까지 해야하는 과제가 있었다.

방학땐 그 날 방학때까지 미리 끝내놓아야할 선행학습의 양이 정해져 있었다.

회사에서는 더 그 간격이 좁아졌다.

지금 당장 해야하는 일,

1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일,

오늘 오전에 처리해야하는 일,

이틀안에 완성해야하는 일,

퇴사전에 마쳐놓아야 할 인수인계서와 다음 취업준비 등등..


돌아보면 이탈리아에서도 복습을 해야했고, 따로 이탈리아어를 더 공부해야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도 써야 했고 유튜브 영상 편집도 해야했다.

하지만 그 땐 이것들에 구속받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닌 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내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살면서 이런적은 없었다. 당장 이번 주말을, 오늘 저녁을, 그리고 지금 당장을 무엇이든 내가 하고싶은 것을 내 속도로 해도 되었던 적은!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 떠있는데 잡을 것이 없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맛본 자유 때문일까 외로웠다.

지진때문에 연속 3일을 쉬게 된 이동네 학생들과 사람들은 오전부터 나와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날 우리반 스위스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로의 일정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그 친구가 내게 물었다.

"외롭지 않니?"

순간 나도 외면하고 있던 내 외로움을 이 친구도 느꼈구나 싶어졌다.

"가끔 외롭기도해. 하지만 이 곳에 오기로 선택한건 나이기 때문에 나는 외로워도 괜찮아.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나는 이시간을 그리워할지도 몰라. 너는?"

나의 물음에 그도 "나도 가끔 외롭지만 괜찮아."라고 답했다.


한국에선 같이 사는 가족들에게, 가끔 만나는 친구들에게, 매일 보는 지겨운 직정 사람들에게 치여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었다.

막상 간절했던 혼자만의 시간을 마주하고 나니, 시실은 외로웠다.

혼자 주방에서 밥을 하고, 그걸 혼자 먹고, 혼자 치우고, 하하호호 즐거운 분위기 식당에서 홀로 말 한마디 없이 음식을 먹고, 방에서 유튜브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좋으면서도 외로웠다.


내가 외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외로움은 상대적이다. 그래서 다들 같이 있는데 나만 혼자이기에 외로웠다고 생각했다.

어학원 우리반 한국인 6명은 모두 친구이니, 그들끼리 떠들기 바빴고 하필 그 대화가 한국어이니 내 귀엔 더 잘들렸던 것이었다.

혼밥문화가 없는 이탈리아 식당에선 혼자 밥을 먹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다.

도착한지 10일 가량된 외국인 유학생의 눈에는 나 빼고 모두가 베스트프렌드들처럼 보였다.

그럴 때마다 이 감정은 내 내면의 감정이 아닌, 상대적인 것에서 오는 외로움임을 인식하려했다.

절대적으로 나는 이 시간이 필요했고, 훗날 이 시간을 애타게 그리워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는 이 외로움의 시간을 혼자서 보내지 않았다.

한국에서 내가 아프지 않게 간절히 기도하는 엄마가 있었고,

내가 사는 곳까지 손편지를 써준 언니가 있었고,

나를 만나길 기다리는 가족들과 사람들이 있었기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사람이 싫고, 혼자가 좋다고 생각이 되어도

나는 사람을 떠나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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