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자격

by 이서영

이탈리아에서 멋진 풍경을 마주할 때 정말 황홀할정도로 행복했다.

그럴때면 문득 나는 이 행복을 마음껏 누릴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페루자에 살며 저녁으로 먹을 중국식 닭튀김을 사러 학교 근처를 방문했을 때 그런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해가 지고 난 이후 처음으로 학교를 방문한 것이었는데, 낮과는 다른 풍경을 보며 너무 행복했다. 해가 저물어갈 때 보였던 그 하늘의 빛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너무 행복했다. 황할 정도로 행복해서 그 풍경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이 풍경을 볼 자격이 있는가? 나는 제대로 이뤄놓은 것도, 또 이룰 정확한 무언가도 없는데 말이다. 나는 이곳에 학위를 받으러 온 것도 아니고, 이곳에 집이 있어서 살러 온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보낸 것도 아니고, 이곳에 먼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과 나는 달랐다.


처음엔 나는 이곳에서 행복을 느낄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다. 타인에게 내 직업에 대해 자신있게 소개하지 못했고 내가 가진 신념, 나의 나라, 앞으로 나의 계획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했다. 이토록 보잘 것 없고 초라한 내가 이토록 멋진 풍경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누려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이것들을 누릴 자격이 콩알만큼도 있지 않다. 이것들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나의 결심과 실행 외엔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가족들을 통해, 거지같았던 회사를 통해, 그리고 내 눈에 들어왔던 외국어 학습지 광고를 통해,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던 생활을 통해 나는 이곳에 올 다짐을 할 수 있었고 그 다짐을 실행할 수 있었다. 그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사하고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시르미오네에선 많은 사람들이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도 썬그라스를 끼고 호숫가에 홀로 앉아 멍하니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 나도 핸드폰 검색을 멈춘채 그들을 따라 그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곤 왜 그들이 그토록 자연을 오래도록 멍하니 바라볼 수 있었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그것은 '자연'이기 때문이다. 작은 오리들은 끊임 없이 그들의 발을 구르며 헤엄치고 있었고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가르다 호수는 하염없이 햇살에 반짝였고 찰랑거렸다. 하늘을 가득채운 구름들은 천천히 움직였다. 인간이 만들고 굳어 멈춰있는 것이 아닌, 하염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연은 시선을 머물게 했고 그저 바라보게 했다.


문득 라디오에서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가장 안전한 배는 부두에 정착해 있는 배다. 하지만 배가 넓은 바다를 항해하지 않는 다면, 그건 더이상 배가 아니다.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답게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변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다짐했다. 나도 어딘가에 가둬져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흐르고 움직이고 변화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뗀 나를 더욱 응원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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