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che? 왜?

by 이서영

두근두근 페루자에서의 이탈리아어 수업 첫 시간

선생님은 모든 학생에게 왜 이탈리아어를 배우러 왔느냐고 물었다.

(사실, 그 땐 다른 우리반 사람들의 대답을 전혀 알아 듣지 못했다.)


나중에 친해진 몇몇 이들과 이야기해보니

그냥 이탈리아에 살고 싶어서 집을 사서 이탈리아어왔거다나,

본인의 아빠가 젊었을 시절 페루자에서 공부했고 그 결과 어린시절부터 가족들과 이탈리아 여행을 자주 왔기에 이곳에 온 경우,

가족별장이 이탈리아에 있어서 자주 올 예정이라 이탈리아어를 배우러 경우

그런 이유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 이유 없이 이탈리아가 좋고, 앞으로 자주 올거고 여기 살거고 그래서 언어를 배우러 온 것이다. 나도 마찮가지로 그들과 비슷한 이유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결국 페루자까지 오게 되었다.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이탈리아를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구체적으로 이탈리아의 무엇을 좋아햐느냐 물었다. 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음식이 좋은 것이냐, 사람이 좋은 것이냐, 혹은 이탈리아 남자가 좋은 것이냐며 짖궂은 장난까지 쳤다.

나는 웃으며 "이탈리아의 모든 것이 좋아요, 사람도, 음식도 그리고 자연풍경도요. 그래서 저는 이탈리아에서 일하고, 살기를 원해요." 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길 원하냐고 물었고, 나는 '여행' 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투어가이드가 될지, 무엇을 할지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몰랐지만 말이다.


우리반에 나를 제외하고 한국인이 무려 6명이나 더 있었다. 반 인원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을 피해 외딴 지역을 택했지만, 한국인이 제일 많은 반에서 수업을 듣게 된 것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한국인들의 직업은 성직자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위를 따기 위해 언어를 배우러 왔다고 했다.

선생님이 다음달 또 수업을 수강할 학생들을 조사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한달만 수강하고 이곳을 떠난다고 대답했다. 그 때 한 한국인이 내게 "이탈리아에 공부하러 온 줄 알았는데, 그냥 경험하시고 가는거에요?"라고 물었다. 나는 "네" 라고 대답했다. 그 때 느껴진 '쟨 뭐지...'라는 눈빛들...

나를 제외한 한국인 6명은 모두 학위라는 목적이 있이 왔지만 한국인을 제외한 외국인들 모두는 학위 등의 구체적인 목표가 없었다. 그냥 살아보려고, 배워보려고 온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이루기 위해서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을 중시한다. 그렇지 않다면 의미없고, 부질없고 철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인 그들의 입장에서 나는 어떻게 보였을까? 한달동안 이탈리아 체험하러 온 욜로족? 현실도피자? 금수저? 로 보였겠지?


나는 대학원에 갈건데 현지에서 A1부터 배우고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현지에서 살면서 언어를 배우고, 대학원에가서 돈 걱정, 시간 걱정, 집 걱정 없이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보장된 삶이 있고..

얼마나 평화롭고 안정적인가?

근데 반전으로 그들은 여행을하고 한국에 돌아가는 나를 부러워했다.

자신이 처한 환경 보다는 상대의 상황을 부러워하는 우린 역시 한국인인가보다.


그들처럼 정확히 이뤄야할 눈게 보이는 목표는 내게 없지만, 한국에 돌아가도 나는 백수지만, 그리고 여전히 “왜, 이탈리아?”라는 질문에 논리적인 답변을 할 수 없지만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도전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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