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감과 바람의 비슷함

by 그리다너

그림자가 흔들리며 이리저리 경로를 모색. 두 번 다운로드해서 나무(1) 같은 그림자 말고 진짜를 알고 싶어 나무를 바라보았다. 나무는 다리를 들어 뿌리를 보였다. 선뜩하게 생생한 사진 같다.


지난 안부를 묻고 싶지만 움직이는 나무가 낯설다.


내게도 있지. 지난한 과거. 무탈하게 땅에 서있을 때까지 사방이 투명 아크릴인 곳에 있었다. 불행이 녹은 아이스크림, 잘린 도마뱀 꼬리, 전선에 앉은 까마귀 되어 사람 옆에 있다.


일정한 간격의 가로수들이 사람의 값을 매긴다. 삑. 바코드 찍었다. 잡초에게 나무가 묻는다. 살래? 어떤 사람은 한 계절을 전부 물들일 수 있을 만큼 색을 갖고 있다.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


이상하게 스스로를 홀대하며 조금씩 회색빛이 되어가는 뒷모습. 어른은 아이(1)이 아닌데 조금 어두운 모습으로 이리저리 경로를 모색.


노력은 상대적이고 노력이 결과가 안 되었을 때 사람들은 "운이 안 좋았어." 했다. 그러면 반대로 운이 좋으면 노력이 없어도 결과가 나오는지. 세상이 백지로 심심해 보여 내가 가진 색으로 열심히 칠했는데 낙서가 된 기분이다.


나는 다리를 들어 뿌리를 본다.


마주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은 헤어질 때 "천국에서 봐." 했다. 생사로 그어진 선은 앞으로 볼 일 없어도 서운하다. 십 년도 더 지나 그 말이 다른 곳에서 보자는 마음이었나 싶었다.


2막 같은 빛도 몇 년 후에 알게 되는 감정도 잠깐이지만 살랑, 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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