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토파즈, 위로의 편지를 보내다.
애플 뮤직 브라우저를 열어 보았더니, 26일이 아직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제까지 있었던 추수감사절에 가족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음반들은 모두 사라지고, 오늘은 추억의 크리스마스 캐럴들을 묶어 두었다. 우리는 가을을 마감하고 겨울을 맞이하게 되는 보더라인을 밟고 있다.
첫 번째 진열되어 있는 앨범, Classic Christmas Carols을 무심하게 밀어 보았다. 올해 처음 들어보는 캐럴이다. 코로나와 함께 할 2020년의 12월, 내년 이맘때는 우리는 충분히 자유로와 져 있을까.
해마다 기념해야 하는 날이나,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은 날이 있다. 주고 싶지는 않지만 주어야만 할 때도 간혹 있긴 하지만, 그 대상을 위해서 주얼리를 준비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주얼리를 선물하는 것은, 공적인 페르소나를 벗어던지고, 내 웃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그대에게 예의를 갖추어 말을 건네는 하나의 의식이다.
남은 시절을 함께 하기를 약속하는 ‘커플의 단 하루’, 기념일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올해의 하루’에, 아끼고- 사랑하며-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3단 마음 세트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주얼리를 선물하고 싶었는데 도무지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을 하고 있다면 걱정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1월부터 12월까지, 태어난 달과 연결이 되어 있는 스톤, ‘탄생석’이라는 훌륭한 정답지가 있다. “네가 태어난 달의 탄생석을 준비해 보았어”라는 주문을 걸면, 웬만한 디자인도 웬만하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바뀌어, 상대방의 마음을 말랑하고 달콤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모르는 사람만 빼고 다 알고 있는 탄생석(Birthstone by Month)은, 착용하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으로 18세기 유럽에서 유행되기 시작, 곧이어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되고 이는 지금까지 전 세계 주얼리 매출의 상당한 부분을 기여하고 있다.
1912년 미국의 Jewelers of America에 의해 공식적으로 선정된 탄생석 외에도 다른 보석들이 추가되기도 한다.
단색 (연두색, 올리브색과 같은 녹색 계열)을 가지고 있는 8월의 페리돗 (Peridot)에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할 수 있는 스피넬(Spinel) 이 추가가 되었고,
10월의 오팔과 토멀린 (Tourmaline),
11월 토파즈(Topaz)와 시트린(Citrine),
12월의 터키석(Turquoise), 최근에는 탄자나이트(Tanzanite) 그리고 지르콘 (Zircon)까지 포함하고 있다.
핼러윈의 블루문과 함께 10월의 오팔을 소개했었는데, 가을을 마무리하는 11월의 탄생석은 인내, 우정, 희망과 건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토파즈 (TOPAZ)이다. (코로나 시대를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뜻을 지니고 있다.)
토파즈의 어원은 고대 홍해 근처에 있는 작은 섬의 이름 Topazios, 또는 산스크리스트어로 불을 의미하는 Topas/ Topaz에서 유래되었다고 본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토파즈가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는 해리포터도 울고 갈 만큼의 나쁜 마법을 없애 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토파즈의 색은 다양하다.
무색, 꽉 찬 가을의 들판과 같은 황갈색으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황옥黃玉이라고 부른다.) 블루, 오렌지, 핑크, 보라(Violet), 갈색 그리고 드물게는 붉은색을 띠기도 한다. 다른 유색 보석들이 그러하듯이, 블루스톤은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보석의 색이고, 블루 토파즈 역시 토파즈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색이다. 어떠한 푸르름이냐에 따라 스위스 블루 (밝은 톤, 맑은 하늘을 생각해보자.) 또는 런던 블루 (어두운 톤, 약간의 잉크 빛이 돈다고 생각해보자.)으로 나누어진다. 그 외에도, 핑크색 염료가 소량 섞여있는 오렌지-레드 빛의 임페리얼 토파즈(Imperial Topaz), 인공적으로 처리해서 무지개 색을 띠게 되는 미스틱(Mystic Topaz) 토파즈 등이 있다.
토파즈의 원석은 어떻게 생겼을까?
토파즈는 긴 형태로 태어나, 원석에 가깝게 컷팅된 긴 오발 (Oval) 또는 페어 (Pear) 형태가 많다.
오늘은 글을 마무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보니,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오랜만에 보석에 대한 글을 써 보려고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두 달간의 브런치에서의 글쓰기가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어떤 당김' 때문에 결국은 발행하기를 멈추고, 그 생각 속에 머물러 있어 보기로 했다.
경도와 강도의 힘겨루기
보석이 될 수 있는 조건 중의 하나인 견고함은(Durability), 경도(Hardness)와 강도(Strength)로 표시될 수 있다. 경도는 긁히거나 마모에 견디어 낼 수 있음을 숫자로 표시한 것으로, 두 가지의 광물을 서로 긁어 보았을 때 누가 긁고 긁히느냐를 비교한 것이다. 모스 경도(Mohs Scale)는, 손톱으로도 긁힐 수 있는 가장 약한 활석(talc)부터 다이아몬드까지 1에서 10으로 표시한다. 강도(Strength)는 충격을 주었을 때 버티어 낼 수 있는 힘을 이야기한다.
어떤 보석도 모든 조건에서 만점을 받을 수 없다.
토파즈는, 모스경도 8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한쪽 방향으로 나타난 벽개(Cleavage) 때문에, 그와 같은 방향으로 힘이 가해지면 쉽게 깨어질 수 있다. 모스경도 10을 자랑하는 천하의 다이아몬드도 토파즈와 같아, 세팅을 할 때 방향을 잘못 잡으면 깨어질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그와 같다.
잘하는 부분, 자신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평균만큼도 따라가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못하는 것 없고, 가질 수 있는 것 다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만의 아킬레스 건이 건재하고 있음을, 해마다 손가락으로 오랜시간 나이를 곱아본 사람들이면 알 수 있다.
보석의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항목 모두에서 최상의 점수만을 받아야만 '보석'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대 보석도 있지만, 준보석도 있고, 광물들 중에서도 장신구로 사랑받고 살아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나는 왜!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가 아닌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나'라는 원석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은 어떤 것인지, 어떤 세팅으로 내가 빛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무겁고 정신없는 2020년.
한 달 남은 이 해가 가기 전에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보고 싶다.
11월의 그녀가 나에게 무지개색 웃음을 띄우고 있다.
매인 이미지 : LINK
그림 1: LINK
그림 2: A Suite of Topaz and Diamond Jewelry LINK
그림 3: An Antique Pink Topaz Brooch LINK
그림 4: An 18th century topaz and diamond brooch LINK
그림 5: LINK
그림 6: LINK
그림 7: Petra Smooth Contour blue topaz ring by Kara Ross LINK
그림 8 : Biiju Explosion Swiss blue topaz ring in gold LINK
GIA (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LINK
Geology.com LINK
BOOK: Understanding Jewellery. David Bennett & Daniela Masce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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