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강남 직장인, 오늘은 호주 시골 마을 전단지 돌리기
어제는 강남에서 듀얼모니터로 책상에 앉아 시티뷰를 즐기는 직장인이였는데
오늘은 호주 시골 바닷마을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알바생이다. (오히려 좋아..)
벌써 세 달째 전단지 알바를 하고 있다. 생각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인정도 받고, 마을 사람들과도 친밀감이 생겼다.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한국에서 ‘전단지 돌리기’는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구글에 검색하면 “중·고등학생이 주로 하는 아르바이트”로 나오고, 법적 문제나 저임금 문제까지 지적된다. 도시 중심부에서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나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들은 이 일을 하찮게 여기곤 한다. 나 또한 처음에는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호주에서 경험한 전단지 알바는 달랐다.
내가 일한 곳은 의외로 링크드인에 올라온 ‘게릴라 마케터’ 공고였다. F&B 앱 회사의 전단지를 돌리는 일로, 앱 설치 시 무료 햄버거를 제공하는 이벤트였다. 화상 면접을 보고 출근했는데, 업무 내용은 만나서 알려주겠다는 의미심장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조를 나누어 동네를 돌며 전단지를 배포하는 일.
처음에는 시베리아처럼 차가운 바람 속에서 손가락이 얼어붙는 줄 알았다. 사진만 보면 여전히 오금이 시리다 (대왕 목도리가 말해주는 듯.. ). 하지만 노동 강도는 생각보다 낮았고, 호주 시골이라 노년층 주민들이 젊은 알바생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거절하는 사람도 다정하게, 웃으며 거절했다.
나는 깨달았다. 전단지를 받는 사람과 나 사이에 몇 초간의 상호작용이 있을 뿐이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한국에서는 쓰레기만 만들고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면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추운 날씨와 스몰토킹도 아닌, 이런 '일'을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사람이 내 한 몸을 구사할 수 있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나를 먹이고 입히고 생활하기 위해 하는 모든 노동은 대단한 '자존'에 기여하지 않는가?
이런 내가 부끄러워지며, 같은 외노자 친구들과 싸구려 와인으로 회식을 했다.
모든 경험은 나에게 노동의 가치를,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작은 연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