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탐구생활3]
어떤 단어나 개념을 머리로만 알다가, 온몸으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요즘 조카와 대화하다가 ‘아! 그런 거구나!’하고 알게 될 때가 많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역시 그중 하나다.
어느 일요일, 조카와 같이 거실에 있는데 <궁금한 이야기 Y>였나? 아무튼 그 비슷한 프로그램이 틀어져 있었다. "터널에서 교통사고가 자주 나는데, 그것이 이 터널에 있는 귀신들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콘텐츠였다. 한국전쟁 당시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던 지역이라는 내용이 덧붙여지며 이야기는 점점 설득력을 쌓아갔다. 그때였다. 조카는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저거 진짜 아니지?”
“응, 아니지.”
“그럼 뭐야? 귀신은 없잖아.”
“아, 그거… 그건, 이야기야.”
터널에서 이해 불가능한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는데,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이야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찌저찌 넘어가나 했는데, 조카는 또 한 번 물었다. “귀신은 진짜 없지? 그럼 신은?”하고. 나는 다시 눈알을 굴리며 조카가 겁먹지 않도록 말을 이었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지. 하지만 사람들에게 신이 필요한 거야. 세상이 왜 생겼는지, 우리가 왜 태어났는지, 알 수 없으니까 이야기를 만든 거야. 이야기를 만들어서 이해하려고 하는 거야.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잖아.”
얼마 전 둘이 함께 읽었던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를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진짜로 그렇게 못되게 행동하는 아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른들이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을 거라는 점을 구구절절하게 얘기했다.
나의 대답이 조카에게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설명을 하는 과정 중에 깨달았다. 우리에게 이야기가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되지 않고 부조리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구나!
인생을 아무리 살아도 인간은 인생을 다 알지는 못할 거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며, 부조리함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하겠지.
그리하여 온 세상이 이야기다. 우리는 그 이야기 속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