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냄새, 냄새

[열아홉 번째 진담]

by 소담


어떤 냄새를 맡으면, 어떤 장면이 연상되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떤 순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마치 청소년기에 들었던 음악을 어른이 되어 다시 듣게 되었을 때, 그 시절 그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내게도 특정 장면이 연상되는 냄새가 몇몇 있다.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는 터라, 저녁 시간이면 종종 밥 짓는 냄새를 맡게 될 때가 있다. 구수하고도 뭔가 촉촉한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다.



밥 짓는 냄새를 맡으면 초등학교 시절로 점프하는 기분이 든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엄마가 아파트 2층에서 “얘들아, 밥 먹어!”하고 부르던 모습. 그러면 나와 언니, 동생이 모두 함께 흙을 털고 일어나 집으로 달려갔던 시절. 그래서 밥 짓는 냄새는 행복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 나를 위해 요리를 하고 기다려주는 시간을 말해주는 냄새이니 말이다.



봄은 다채로운 꽃향기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아카시아 냄새는 분명하게 코를 향해 날아온다. 아마도 5월쯤, 아카시아 냄새를 맡으면 창신동에서 살던 신혼 시절이 생각난다.



거의 꼭대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던 우리 집. 그러다 보니 한 번 버스를 타고 올라오면 잘 내려가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일부러 길을 내려가는 때가 있었다. 심심한 봄의 저녁, 산책 겸 한 정거장 아래에 위치한 편의점에 가는 거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들고 돌아오는 길. 석가탄신일을 준비하며 알록달록한 불을 밝힌 연등과 바람 사이로 슬쩍 비춰오는 아카시아의 향기. 나른하고도 말랑말랑한 봄의 느낌을 그대로 닮은 냄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냄새는 비 오기 전에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다.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나는 냄새인지, 정말로 흙에서 나는 냄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비 내리기 전에 촉촉한 땅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면 기분이 좋다. 자연과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흙냄새가 나고 여지없이 비가 내리면 냄새도 조금 바뀐다. 비 냄새와 흙냄새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자꾸자꾸 숨을 들이켜게 된다.



냄새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이고,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구이며, 사람 그리고 자연과 연결되는 마법이다. 나는 오늘을 어떤 냄새로 기억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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