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

[열여덟 번째 진담]

by 소담


싫어하는 사람은 유형화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한 가지로 뭉뚱그릴 수 없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다. 어떤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대개 비슷하다. 하지만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을 발견하게 될 때에 마음이 이끌리는 법. 그래서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을 골라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이 사람을 참 좋아하는구나!’

언젠가 J씨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두세 시간 남짓 먹고 놀고 이야기 나누고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즐겁던지. 나는 그가 가진 생각과 유머와 배려심에 잔뜩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만나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J씨와 나는 동갑임에도 여전히 존댓말을 쓰는 사이다. “쌤”이라 부르며 반존대 정도의 표현을 오가며 사용한다. 그렇다. 우리는 학원에서 만난 ‘쌤 사이’이다.

그림책을 만드는 학원에 다녔었다. 나는 글 선생님, J씨는 그림 선생님. 아이들은 나와 대강의 줄거리를 만든 다음, J씨와 수업하며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우리는 아이들의 그림책 컨셉을 상의하기도 하고 때론 원장님 흉도 보면서 소소한 대화를 쌓아갔다. 같이 근처 시장으로 점심거리를 사러 다니고 가끔은 일 마치고 술을 한 잔 걸치기도 하는 사이좋은 직장동료였다.

그 무렵, J씨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 퇴근할 시간이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갑시다!”. 그리고 가끔 학원 내에서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기면 “수틀리면 그만 둡시다!”였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퇴근하자는 J씨의 말에, 나 역시 스위치를 꺼버리듯 학원 일일랑 덮어둔 채로 퇴근길을 재촉했고, 수틀리면 그만두자는 J씨의 말에 웬만한 일이 생겨도 ‘이 정도로는 아직 수틀리지를 않았는데?’하며 둘다 학원을 제법 오래 다녔다.

한 번은 J씨의 초청으로 태국에 일주일 가까이 여행도 했다. 친구들과 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게 된 J씨가 나를 불러서 태국의 맛을 보여주었다. 그의 안내 덕분에 관광객이라면 무릇 입어야 한다는 코끼리 바지도 사고, 태국 음식 만들기 체험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주로 막걸리를 먹으러 간 적도 있었다. 막걸리는 더이상 못 먹겠는데 다음 안주가 너무나 궁금했던 나머지, 결국 한 주전자를 더 시켜서 먹었던 기억이다. 그러니까 J씨의 곁에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불러주면 언제나 달려나가곤 한다.

지금은 J씨가 호주에서 생활하기에 일 년에 한 번 정도만 만날 수 있다. 한국에 오게 되면 꼭 연락을 달라고 당부하고, 시간을 내어 만난다. 우리가 알고 지낸지도 10년이 훌쩍 넘을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J씨를 만나면 여전히 즐겁다.

작년에 만났을 때는 낮술을 마실 수 있는 맥줏집을 찾아서 당산역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니 한 번쯤 돌아보며 눈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 대화하는 게 즐거운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내게는 J씨다. 정작 그는 내가 블로그를 하는 줄도 모르고 자기 이야기를 써놓은 줄도 모르겠지만. 가끔 만나도 여전히 반가운 사람, 나는 J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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