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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꼬마 Oct 21. 2024

찡그림, 뒤집어서 보면 웃음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를 보고

*스포일러를 주의해주세요*


  립반윙클.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어있더라는 내용의 이야기. 극 중에 마시로의 SNS 닉네임으로 사용되는데, 그 닉네임이 더 잘 어울리는 이는 나나미가 아닐까 싶다가도, 어쩌면 마시로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어쩌면 그녀의 엄마가, 어쩌면 나나미의 남편 테츠야가, 어쩌면 그의 엄마가 어울리는 것도 같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는 일 같은 것은 퍽 잘 일어난다는 것을.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 포스터


  이 영화는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는 이들에 대해서 다룬다. 그들은 내가 알던 세상이 무너지고, 현실을 깨닫는 과정이 꽤나 아픈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놓은 덫일 수도, 누군가의 옳지 못한 의도일 수도, 혹은 거스를 수 없는 신의 장난일 수도 있다. 주인공 나나미는 스스로 덫을 놓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옳지 못한 의도로 인해 인생이 뒤바뀌기도 했다. 마시로는 암을 선고받고 죽을 날이 다가오면서 세상이 뒤집혔고, 그녀의 엄마는 딸이 AV배우라는 길을 선택한 후로, 테츠야는 자신의 아내가 바람을 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그의 엄마는 자신의 아들이 결혼할 여자를 데려온 순간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그 순간부터 하나같이 심하게 고통스러워하고,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후 극복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그 중 테츠야의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자신의 세상은 회복되었을 지 몰라도 나나미와 테츠야의 세상은 무너져내렸으니 매우 실망스러운 방법임이 틀림없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인생을 마구 뒤흔드는 사람 중 한 명인 아무로(아야노 고)는 매우 악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한 이들 중에 유일하게 세상이 무너지지 않은 사람인 아무로의 행동은 퍽 괘씸하다. 하지만 자신의 세상 그 자체인 돈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것이 일상인 그의 인생이 이 영화에서는 가장 성공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하지만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 누구보다 나약하다. 오직 돈만을 쫓아 사는 그의 세상도 잘못하면 순식간에 무너져내릴 것이라는 걸 안다. 나나미가 살아나고, 마시로의 엄마가 딸의 기분을 체험하는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무언가 깨달았기를.


  그에 반해 나나미는 목소리를 점점 내게 되었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을 죽이려던 인물이 아무로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었다. 그 덕분에 이 영화를 그녀의 성장 영화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녀는 반절 뿐인 성장을 했다. 착한 주인공임에도 정이 가지 않는 것은 아마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누구나 세상이 바뀌는 것 같이 처참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곧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드디어 전망이 괜찮은 집으로 이사와 창 밖을 바라보며 웃던 나나미처럼. 너무나 힘겨워서 아무리 얼굴을 찡그려도 다시금 세상이 뒤집힌다면 우리는 웃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세상이 뒤집히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드문 일이 아니며, 우리는 다시 우리의 세상을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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