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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쓰지 말자 Oct 24. 2021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자치구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구민 복지 차원인데, 한 장에 5천원. 이제 막 36개월을 넘긴 은재도 볼 수 있었다. 공연 제목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공연을 보러 가기 전 미리 사 뒀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책을 읽어줬다.  

    

어릴 적 교과서에 실려서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메시지는 나무의 헌신적인 사랑이었다. 나무는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우리에게 모든 걸 주고 있었다. 열매, 목재, 그늘, 쉼터까지, 

기억 속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때 아마 우리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헌신적인 사랑, 대가 없는 사랑을 교훈으로 새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다시 읽어주는데, 주인공 남자아이가 왜이렇게 이기적으로 느껴지던지, 필요할 때만 와서 쏙 쏙 나무의 단물만 빼먹는 느낌이랄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나무는 참 고마운 존재다’ 라고 설명하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이 아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지 않아? 나무가 슬퍼하는거 같아” 7살 4살 우리 아이들은 무슨 내용인지 알는지 모르는지, 책이 그리 흥미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이기적이라는 표현도 아직 어떤 느낌인지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책을 읽히고 공연을 보러 갔다. 2명의 배우가 나와 나무와 아이를 연기하는데, 아이들의 연극이라고 하기에 내가 완전히 몰입해서 봤다. 어찌나 몰입을 했던지 연극이 끝날 때 꼬마가 나무 곁에 앉아 쉬는 장면에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드디어 끝났다’고 좋아하며 나간다.      


연극을 보는데 스치는 얼굴, 엄마 아빠다. 특히 엄마. 생각해보면 내게 나무같은 사람은 엄마였다. 어릴 적 엄마는 정말 자식들에게 헌신적이었다. 내가 필요하다고 했던 준비물을 찾기 위해 동네 문방구를 샅샅이 뒤졌고, 아침에는 늘 새 밥을 했다. 하루 지난 밥을 아침에 준 적이 없다. 초등학교 때는 급식을 시작하기 전 저학년 시절에는 점심시간 전 11시쯤 매일 도시락을 갖다 주기도 했다. 지금 막 한 따뜻한 밥을 먹이고 싶어서...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친정에 갈 때면 내가 좋아했던 음식들을 차리기 바쁘다. 내가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앉아있으라고 한다. 엄마가 다 한다고, 결혼하고 뭔가 넉넉지 않은 살림을 사는 내 모습을 안타까워 하며 친정 집 전세를 살라고 했던 아빠. 돈 걱정 하지 말라고 애들(은성이, 은재)이랑 너 마음 편한대로 집을 구하라고 했던 아빠.  친정에 가면 비싸다는 샤인머스켓을 한박스씩 사 놓으신다. 내가 사갖고 가지는 못할망정, 매번 갖고온다.      

하지만, 내가 엄마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만큼이 아니다. 사실 안부 전화도 의무감에 하게 되고, 여행을 할 때나 맛있는 걸 먹을 때 부모님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좋은 걸 먹을 때 ‘나중에 애들이랑독 같이 오자’ 라고 했고, 멋진 곳을 보게 되면, 나중에 신랑이랑 같이 와봐야겠다 라고 생각했지 부모님을 떠올린 적이 없다. 그러면서 뭔가 필요할 때 넌지시 나의 걱정을 얘기하는 나의 모습이 마치 꼬마와 같다. 그렇게 감정을 이입하고 보니, 이기적인 꼬마를 탓할 것도 아니었네, 바로 나였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가 말한다 ‘이리와 앉아. 내 위에 올라가서 그네를 타고 놀렴’ 하지만 꼬마는 ‘나는 바빠. 돈을 벌어야 해’ ‘나는 바빠. 친구랑 놀아야돼’,‘나는 바빠. 집을 마련해야돼’ 등등 계속 바쁜 일이 생긴다. 사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점점 커나가면서 해야할 일들이 많아지고, 내 가족이 생기고, 점점 부모의 곁을 떠나가게 된다. 나는 내 딴에는 내 인생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고, 또 그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했는데, 만일 누군가가 조금 거리를 두고 나를 본다면 그 꼬마와 같은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나무의 헌신적인 사랑을 탓해 봤다. 그렇게 헌신적으로 하니까 자꾸 꼬마가 기대는 것이라고, 다시 생각해본다. 엄마아빠의 모습을, 늘 퍼주고 뭔가를 줘야 마음이 편한 엄마아빠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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