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숫기가 없어서...낯도 많이 가리고 부끄럼을 많이 타. 다들 춤 추는데 춤도 못 추고, 내가 딱 그랬는데, 늘 나는 할 줄 몰라요 하고 뒤로 빠져있었는데, 안 닮았으면 하는 걸 닮았더라고”
어릴 적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수다를 떨거나, 친척들, 또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할 때 주로 했던 얘기다. 이 얘기를 참 많이 들었다. 엄마가 내게 직접 얘기할 때도 있었다. 엄마 성격 안 닮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면 좋겠는데 라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그 때는 사실 그 뜻이 뭔지, 그게 그렇게 잘못 된건지, 엄마가 왜 그걸 속상해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머리가 커 가면서, 엄마가 얘기한 내 성격이, 엄마의 걱정을 어렴풋이 알아차리긴 했지만, 크게 불편함을 느낀다던가, 내가 개선을 해야겠다고 느낀 적이 없다.
좌중을 휘어잡거나 그룹 내 분위기 메이커가 되거나 늘 주목받는 아이들을 부러워하긴 했지만...그 부러움이 엄청 적은 부분을 차지해 무시할 정도도 아녔고, 또 일상을 방해할 정도의 콤플렉스도 아녔다.
큰 애를 키우며, 애가 이제 사회성이 생기기 시작하자, 엄마의 말을 내가 똑같이 하고 있었다. 내가 안 닮았으면 했던 나의 성격이랑 너무나도 비슷한 아이.
친구들과 노는 걸 매우 좋아하고 친구들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아이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 의기소침해하고, 친구들로부터 소외되지 않기위해 애쓰는 모습. 우리 아이가 좀 더 독립적이고, 자기 줏대를 가진 아이로 크길 바랬는데, 본래 타고난 성격은 그렇지가 않았다.
코로나로 오후 반차를 내고 육아를 하는 날, 아이 친구 두 명과 같이 놀 날이 있었다. 이모님을 통해 들은 얘기로는 하원 길에 그 두 아이와 거의 매일 놀이터에서 논다고 하길래 내심 반갑고, 마음이 놓였다. 이모님과 하원하다보니 어린이집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거란 막연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내 앞에서 그 아이들과 노는 우리 아이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그 두아이만 서로 대화를 하며 놀고, 우리 아이는 소외됐다. 둘이 노는 걸 지켜보거나 나랑 같이 놀자 라고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그냥 곁다리였다. 그걸 보는데 왜 이렇게 속상한지,
다음날 또 그 아이들과 놀 기회가 있어서 은성이에게 “어제처럼 또 그 친구들과 놀이터 가서 놀까?, 누구 엄마가 지금 놀이터 있다고 같이 놀자는데”
그러나 아이가 “아니, 그냥 집에 있을래”라고 답했다. 대충 아이의 마음을 알 것 같긴 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벌써 그런 외로움을 느끼게 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게 싫었다. 왜? 놀이터 가서 놀면 재밌잖아. 어제도 재밌게 놀았잖아 라고 애써 모른척 물었는데, 평소 자기 감정을 잘 얘기하지 않는 아이가 “애들이 나랑 안 놀아주잖아. 둘이서만 놀고 나랑 안 놀아줘. 나만 도둑하라고 하고”
그때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은데, 나온 말은 “속상했구나”가 전부였다.
아이가 느끼지 않길 바랬던 느낌을 애가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아이가 이제는 사회생활이 시작됐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나이가 됐구나, 컸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혼자 놀면돼, 그 둘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같이 보낸 시간이 많아서 둘이 더 친할 수밖에 없지”라는 등의 말을 주절거렸지만,, 그냥 주절거림이었다.
아이에겐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할 것이다.
사실 이 소외감이라는 건 나이가 들어도 계속 느낀다. 얼마전 세 명이 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회사 선배가 밥을 사주기로 해서 동기도 같이 불러 나갓다.
그런데 대화는 선배와 동기를 중심으로 이어졌고, 나는 그냥 맞장구 치는 역할에 그쳤다. 내가 주선한 자린데 내가 게스트가 된 느낌이네..왜 나는 늘 옆에 비켜서 있는 역할을 하는 걸까 , 왜 사람들은 나와 대화하는게 불편한가 등의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가 느낀 감정을 20대 30대를 거쳐 어느정도 성인이 됐다고 생각한 지금까지도 갖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누구나 더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는 거고, 억지로 노력한다고 되는것도 아냐. 그냥 너는 너고, 일부러 맞출 필요 없어. 너가 좋은 대로 하면 돼. 모든 사람이 너랑 친해질 수 없어” 그리고 그들의 말에 흔들리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