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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Apr 28. 2024

좋은 대화란

최근 애청하는 팟캐스트에 '좋은 대화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편이 있었다. 그중 인상적으로 남았던 내용을 대략적으로 꼽아보자면,


1. 좋은 대화의 기본은 집중해서 듣기에서 비롯한다.
2. (좋은 대화를 위한 특정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내가 알지 못했던 나에게 가닿는다.
3.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대화의 물길에 나도 모르게 몰입한다.
4. (누군가가 주로 말하고 누군가가 주로 듣기보다는) 대화의 균형과 지분이 적절히 분배된다. 
5. 소모적이고 피상적인 주제들(특정인의 뒷담화, 연예인 등 가십, 외모, 사교육, 주식 투자 등등) 보다는 개인의 고유한 감정과 마음을 깊이 나누는 시간이다.
6.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는 일이다.


위의 요소들에 크게 공감하며 내가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좋은 대화란 '마음이 동動하고 통通하는' 대화이다.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참으로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대화는 삶을 대하는 자세와 사고방식, 타고난 정서와 성향, 사태를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방식이 유사한 사람들 사이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그런 친구가 몇 있다.


내가 친구라고 칭하는 관계는 나이와는 전혀 무관하다. 내게 친구란 그저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 말하자면 심적 거리가 가까운 이들이다. 몇 안 되는 내 친구들 중엔 나에게는 열 살 이상 어린 친구도 있고 열 살 이상 많은 친구도 있다. 내향적(Introvert) 성향이 강한 나는 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 대체로 에너지가 소진되는 편이지만, 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만은 그렇지 않다. 좋은 대화를 나눌 때 나는 비로소 채워진다. 피로감보다는 충만감을 느낀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은 사랑하는 친구 한 명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직후이다. 우리는 장장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소 어떤 모임에 참석하여 서너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는 귀가하자마자 침대에 뻗어버리지만 지금은 다르다. 좋은 대화로 충전된 나는 뭔가를 쓰고 싶은 의욕마저 생겨서 서재에 들어와 노트북을 열었다. 좋은 에너지가 채워져 정신적으로 고양된 상태랄까.


우리가 오늘 나눈 대화는 전혀 특별하지 않았지만 특별했다.

최근에 각자가 다녀온 여행에서의 인상적이었던 점을 나누었고, 출근하지 않는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과 감사함을 공유했다. 함께 읽었던 소설에서 좋았던 부분을 돌아가며 이야기하며 서로 너무나 비슷한 방식으로 느낀 지점에 반가워했다. 우리의 대화는 선형적이라기보다는 중구난방에 가깝게 방향 없이 흘러갔다. 백내장 수술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수영 강습 이야기로 넘어갔고, 가을에는 교토로 여행을 가자고 의기투합하다가 최근에 새로 시작한 취미 생활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 본 포르투갈의 풍광을 예찬했고, 그들이 그곳에 가게 된 계기를 통해 삶의 우연성이라는 주제로 흘러갔다. 대화 내내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내가 어젯밤 남편과 싸우고 화해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친구는 그 에피소드를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주었다. 그것은 전혀 새로운 관점이었고 그의 성숙한 시선을 통해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에 잠시 가닿은 기분이었다. 웃다가 울었고 울다가 웃었다.


대화의 물길은 어디로 흘러갈지 몰랐지만 그 끝이 어디이든 그곳은 좋은 곳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긍정했고, 존중했으며, 응원했다. 말랑말랑해진 서로의 마음을 공을 주고받듯이 안전하게 주고받았다. 한 번도 떨어트리지 않고 말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감각하지 못할 만큼 대화에 몰입했다.


좋은 친구와의 대화도 언제나 완벽하지는 않게 마련인데

오늘의 대화는 '좋은 대화'의 거의 모든 조건에 부합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충만하고 감사한 날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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