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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Jul 24. 2024

낮잠

오전을 밀도 있게 보낸 날에는 어김없이 낮잠이 몰려온다.



피로감은 눈두덩이의 무게로 가장 먼저 느낀다. 눈이 무거워지그다음엔 머리 전체의 압력이 높아진다. 갑자기 흐려진 날씨처럼 정신이 흐릿해진다. 눈은 뜨고 있되 감각은 무뎌지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 자꾸만 눈이 감긴다. 눕고 싶을 뿐이다. 낮잠을 자야 할 때다. 대로 있다간 편두통이 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엄한 사람에게 짜증을 내 버리거나.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삶은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침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사소하게 행복하다. 나는 암막커튼을 닫고 침대에 눕는다. 이 상태라면 침대에 눕자마자 정신을 잃고 잠들 수 있다. 대관절 불면증 무엇인가. 눈을 감고,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한두 차례만 하면 잠의 세계로 직진한다. 수면 내시경을 할 때처럼 허겁지겁 잠으로 빠져드는 감각. 의식의 셧다운. 내 영혼은 시공간의 감각을 상실한 채로 잠이라는 세계를 유영한다. 어디로 갈지 뭐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차원으로의 여행. 



를 깨우는 건 휴대폰의 알람이거나, 외부의 소음이거나, 내 의식이다. 내 몸에 쌓인 잠을 탈탈 털어 소진하고 자연스럽게 눈이 떠질 때가 단연 으뜸이다. 깨는 순간, 눈꺼풀이 열리고 흰 천장이 보인다(나는 대체로 정자세로 잔다). 심장이 느리 안정적으로 뛰고 있다. 호흡도 깊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땐 시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아, 내방이구나. 분명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왔는데. 의 여운에 휩싸인 상태. 너무 생생했는데 말이지. 현실이 꿈인지, 방금 그 꿈이 현실인지, 정신이 혼란하다.



내 몸 따뜻한 걸 느낀다. 얇은 구스 이불 안은 내 체온으로 데워져 있다. 에어컨이 가동 중인 이불 밖 공기는 시원하다. 달콤하기 이를 데 없여름날의 쾌적한 . 예의 머릿속 안개는 싹 걷혔다. 눈꺼풀도 한결 가볍다. 이완된 몸이 개운하고 산뜻하다. 방전된 휴대폰이 풀 충전된 듯한 느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이러니 낮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낮잠을 사하는 어른인 나는 어린이들에게도 종종 낮잠을 권장한다.


하지만 보리와 담이는 잠자리에 드는 걸 무척 싫어한다. 잠은 놀 시간을 단축시킬 뿐이다. 낮잠 특히나 더 싫. 훤한 대낮에 어두운 잠의 세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자신이 잠든 사이에 신나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를 겪는다. 잠에 '들어야' 하거나 잠에 '빠져'야 하는데 그 과정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지난 일요일었다.

주말 동자매의 이종사촌 동생들이 우리 집에 와서 머물렀다. 또래의 여자어린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놀았다. 전날밤 11시가 다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 나는 매정하게도 아침 7시에 자매를 깨워 일요일 아침 수영 강습에 다녀왔다. 정오가 되자 는 졸렸고, (애들은 졸린 기색이 없었지만) 다 같이 낮잠을 자자며 아이들을 침실로 몰았다. 긴 오후를 생기 있기 보내기 위한 비책이었다.


-낮잠 시간이야!


말에 어린이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그것이 통하지 않자 울상이 었다.


-아~~~ 낮 어! 꼭 자야 해요?ㅜㅜ

-놀이터 가고 싶은데!


-응, 오늘은 꼭 자야 돼. 30분만 자고 나면 더 신나게 놀 수 있어.



단호하게 애들을 눕히고 암막커튼을 쳤다. 돌이 면 안대를 착용한 들의 머리카락 손가락으로 몇 번 쓸어주자, 곧바로 잠들었다. 피곤했던게지. 나는 잠든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을 한참 들여다봤다. 아무리 봐도 잘 때가 제일 예쁘다. 코도 만지고 볼도 만지다가 나도 잠들었다.



1시간 정도 잤을까. 담이는 눈을 번쩍 떴다. 한잠에서 깬 아이의 얼굴은 어리둥절다. 얼마나 잤는지도 모르겠고, 자고 났는데 아직 낮이라는 사실 혼란스러운 모양이. 그때, 방문 밖 거실에서 먼저 깬 언니와 사촌 동생들이 보드게임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담이는 느닷없이 왕- 울음을 터트렸다.


-앙~~~   이렇게 많이 잔 거야? 나만 빼고 재밌게 놀고 있잖아.. 으앙~~~~



오래 잔 것이 분했는지 아이는 서럽게도 울었다.

이 어린이도 언젠가 낮잠의 달콤함을 게 되겠지. 삶의 고단함을 맛보고 난 뒤에 알게 되는 수순일까. 그렇다면 그건 기쁨일까 슬픔일까.



귀염둥이는 황급히 눈물을 닦고 나가서 게임에 참여했다. 나는 아이의 온기가 남아있는 침대에 한참을 더 누워있었다. 나른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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