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운동이 되도록
1월의 주제: 많이 보고 듣기
휴직 10일 차. 어떤 시간들을 보내야 정말 알차게 잘 쉬었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하는 조금은 웃긴 생각을 한다. 처음 계획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나 싶다가도 꼭 그렇게 강박적으로 이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걸까 싶기도 한, 조금은 이상한 마음.
매일매일의 루틴(이 단어를 대체할 한국어를 찾고 싶은데, 쉽지가 않은 건 내 어휘력이 부족해서일까.)을 만들어 그것만큼은 지키자고 다짐한 것 중에는 다 떨어져 나가고 ‘저녁에 샤워하고 자기’만 겨우 지켜낸 상황. 그래도 깨끗하게 잠자리에 눕는 게 어디야 하고 생각하지만 게으른 스스로가 조금 겸연쩍어 자꾸 웃음이 난다.
첫 한 주는 그동안 일만 하느라 돌보지 못했던 주변을 좀 정리하고 스스로에게도 이 상황을 한 번 더 받아들일 시간을 주자 생각했으니 그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일단은 방 정리도 적당히(?) 끝냈고 매일 늦잠도 좀 자줬으니까(라고 쓰고 보니 너무 단출하고 별 게 없다...). 그리고 이제 2주 차에 들어서기에 앞서 중간점검(?) 시작.
휴직 이야기를 꺼낼 때, 그리고 누군가의 물음에 6개월 동안 쉰다고 얘기할 때는 그 기간이 참 길어 보였는데, 인간은 적응과 망각의 동물이라고 지난 1주와 같은 기세로 놀다가는 금방 6월 마지막 주 일기를 쓰며 울고 있을 거 같은 내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그렇게라도 좀 쉬려고 얻은 시간이지만, 막 놀기엔 왠지 아까운 마음이 드니까 매달마다 주제?를 잡아보기로 하고 시작한 중간점검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생각해 낸 1월의 주제는 ‘많이 보고 듣기.’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가리지 않고 뭐든 많이 보고 듣고 많은 생각을 하고 다양한 것을 흡수해 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난생처음 넷*릭스에도 가입하고, 책은 이미 좀 사놓았고(집 비좁다고 엄마에게 맘스터치 당할 뻔했지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에도 진즉에 무료 이벤트로 가입해 두었다. 그 외에도 재미있어 보이는 것들이 있다면 추가해 가면서 많은 것들을 봐야지 하는 호기로운 마음이 오랜만에 들어 좀 즐겁다.
한 살씩 나이를 먹을수록 해야 할 것들만 늘고 하고픈 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숨 쉬는 게 더 버거웠는데, 조금은 부끄럽게도 아직 그걸 짊어질 마음의 근력이 부족하니 지금은 잠시 쉬어가야지. 자유롭게이든 강박적으로든 부디 이 시간들이 내 마음에 제대로 근력 운동이 되어 주기를. 6월엔 몸도 마음도 끄뉵끄뉵(근육근육)해져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