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세월은 그렇게 잦은 잊음을 만들지만
기쁜 일에도 슬픈 일에도 무뎌지는 과정인 것 같다
사소한 행복에도 놀라움, 고마움 없이 무신경하게 넘어가고
슬픔이 와도 예상했던 결말이라 덤덤하게 보내주는 것
어느새 슬픔에도 무감해지는 게 겁이 난다
이미 겪어봤던 슬픔에 면역력이 생기는 게 나에게 좋은 일일까?
어른이 된다는 건
정답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정답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는 일 같다
어릴 땐 "넌 아직 어리니까 몰라도 돼"라는 말에 기분이 나빴고
"크면 다 알게 돼"라는 말에 기대가 되어 설레기도 했는데
막상 커 보니 모르는 채로 결정해야 할 일만 늘어났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얻게 되는 게 아니라 내려놓고 포기하는 연습 같다
이 나이쯤 되면 뭐든 능숙하게 할 줄만 알았는데
내 손에 들려 있는 게 많고 내 자리가 번듯하게 있을 줄만 알았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받아들이고 마음 속으로 내려놓는 연습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나 자신을 온전히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일 같다
좋은 결과에는 운이 따라줬다고 말하면서
나쁜 결과 앞에서는 도망치지 않는 것
핑계 대신 내 선택이라고 말하고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린 날의 내가 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마음 속에 조심히 데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