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고양이의 배변활동과 토 얘기가 나오니 불편하신 분들은 매거진의 다른 글을 읽어주세요.
루나는 나의 첫 고양이이기 때문에 키우면서 실수도 많고 반려묘와의 생활을 하루하루 배워가는 중이다.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법, 주의해야 할 음식들, 놀아주는 법 등 루나를 데려오기 전에 훨씬 더 많은 공부를 했더라면 루나의 어린 시절이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루나를 데려오고 초반에 우리는 루나가 잘못했을 때 어떻게 혼내야 하는지 몰랐다. 남자 친구는 컴퓨터 주변에서 장난치는 루나에게 화가 나서 소리치기도 했고, 나는 고양이의 코를 톡톡 쳐주면 된다는 걸 보고 해 본 적이 있다. 남자 친구가 그건 너무 잔인한 방법이라고 해서 바로 멈췄지만, 코를 콕콕 누르자 놀래서 눈이 똥그래진 루나의 얼굴이 아직도 남아 생각할 때마다 미안하다.
훗날 애정하는 유튜브, 냥신TV에서 고양이 코를 건드리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걸 듣고는 또 한 번 죄책감이 들었다. 유투버 수의사님 말로는 고양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공간으로 가버리는 것이었다. 아이를 혼자 둠으로써 방금 한 행동은 잘못된 행동임을 가르치는 게 가장 좋다고 한다.
우리가 발견한 다른 방법은 특히 루나가 손이나 발을 물때 후- 하고 입바람을 얼굴에 살짝 부는 것이다. 그럼 루나는 못 볼걸 봤다는 듯이 행동을 멈춘다. 이 방법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소리를 치거나 직접 몸을 건드리는 것보다는 훨씬 건전하고 루나의 행동을 멈춘다는 점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법이기에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남자 친구와 내가 지금까지도 자랑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는 루나는 한 번도 배변 실수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 루나와 형제들을 구조한 동물병원에서 훈련을 잘 시켰는지 우리 집에 데려온 첫날부터 모래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는 배변활동을 한 적이 없다.
새로운 집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처음에는 방이나 거실 등 제한된 곳에서 지내게 한 뒤에 천천히 활동영역을 늘려주는 게 좋다고 해서 루나는 1,2주일 정도는 거실에서만 지냈었다. 예전에 살던 집은 거실과 복도 사이에 문이 있어서 분리되어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루나를 데려온 다음 날 아침에 거실 문을 열기 전에 혹시 거실 카펫에 감자가 있을까봐 걱정하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다행히 모래 화장실에는 차마 덮이지 않고 노출되어있는 감자가 덩그러니 있어서 안심했다.
문제는 루나가 큰 일을 보고 난 뒤에 자꾸 항문을 카펫에 긁었다. 배변은 모래 화장실 위에서만 하지만 깔끔하게 배변활동을 하지 못해서 남자 친구가 휴지에 물을 묻혀서 항문 주변을 닦아주어야 했다.
한 달 뒤 첫 예방접종을 가는 날 수의사님과 상의했더니 새끼 고양이는 엄마 고양이에게 있던 기생충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어서 태어나서 12주차가 될 때까지는 2주마다 한 번씩 기생충 약을 먹여야 한다고 했다. 그 날 예방접종 한 김에 거기서 기생충 약도 먹고 왔는데 그날 밤 루나의 대변에는 정말 기생충들이 한가득... 내가 기겁을 하느라 루나의 감자들은 남자 친구가 청소했다.
하지만 약 먹고 난 뒤로 카펫에 엉덩이를 긁는 것도 바로 멈추고 감자 상태도 정상이 되었다. 우리가 루나를 처음 데려왔던 날 알았다면 좋았을 걸, 한 달이나 고생한 루나에게 미안했다.
루나는 모래 화장실에서만 배변활동을 하기는 하지만 모래로 잘 덮지 못했다. 그래서 큰일을 보고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해 열심히 모래를 긁어놓고는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갈 길을 간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배변 때문에 냄새로 고생하는 것은 남자 친구와 나뿐... 외출을 시작한 뒤로는 밖에서 배변활동을 하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었는데, 캠퍼밴 생활과 새 집에서의 한 달 동안 모래 화장실을 사용하는 걸 보니 여전히 덮는 건 영 소질이 없다.
처음에는 제한 급식을 했었는데 새로운 집으로 이사 올 때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위의 먹이통과 물통을 발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박 2일로 여행 갈 일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필요 없이 이거면 되겠다 싶어서 주문을 했다.
초록색 물통은 중간에 물의 양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필터가 있어서 우리가 떠나 있을 때는 사용했지만, 매일 물 갈아주기가 불편해서 위에 통은 빼고 아래 그릇만 사용했었다. 파란색 먹이통에는 건식을 채워서 자율급식을 하게 습식사료만 정해진 시간에 줬었다.
문제는 사용한 지 몇 달이 지난 후 언젠가부터 루나가 밥을 먹자마자 토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날 유난히 급하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점차 잦은 횟수로 루나는 소화도 채 되지 않은 건식사료를 게워냈다. 그제야 구글과 네이버에 열심히 검색을 해본 결과, 고양이가 음식을 너무 빨리 혹은 많이 먹을 경우 사료를 그대로 토할 수 있다고 한다.
하필 그때가 한창 코로나 바이러스로 봉쇄령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병원 가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단 건식사료도 예전처럼 시간대마다 정해진 양을 주는 방식으로 바꾸고, 밥그릇과 물그릇을 플라스틱에서 유리그릇으로 바꾸었다.
다행히 루나는 제한급식을 한 이후로는 토를 하지 않았다. 자율급식이 그렇게 위험한 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걸.. 무지한 엄마 때문에 루나는 말도 못 하고 고생을 했다.
이때 검색을 하다 알게 된 건데 밥그릇을 바닥에 두면 고양이가 숙여서 먹기 때문에 소화기관에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사는 동네에 루나의 테이블로 쓸만한 걸 찾았지만 마땅한 걸 찾지 못해서, 나무 판때기를 사서 남자 친구와 직접 만들었다. (사실은 남자 친구 혼자 다 만들었다.)
루나는 물을 마시고 나면 기침을 심하게 할 때가 있다. 토를 할 것처럼 심하게 기침을 하다가 멈추곤 하는데, 수의사님께 말하니 건강에 아무 이상은 없다고 한다. 수의사님은 아마 헤어볼 때문일 거라고 추측하셨다. 루나는 털이 짧아서인지 아직도 헤어볼을 제대로 토해낸 적이 없고, 털갈이 때 기침하는 게 잦아지고 심해지는 걸로 봐서는 수의사님의 추측이 맞는 것 같다.
털갈이 기간인 요즘엔 심하게 기침할 때면 얼른 카메라를 켜고 녹화를 한다. 혹시나 더 심해질 때면 병원에 가서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차곡차곡 기록해두고 있다. '병원에 예약해야 하나?' 생각이 들 때쯤이면 루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침을 멈춘다. 그래서 아직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다음 루나의 사료와 간식을 살 때는 헤어볼 용으로 사볼까 고민 중이다.
루나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생길 때면 가슴이 덜컥 가라앉는다. 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기에 반려묘와의 생활은 더욱 세심한 눈길과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루나는 외출을 하기 때문에 특히 기생충 약이나 벼룩 약 같은 주기적인 관리, 예방접종은 꼬박꼬박 하고 있다. 최근에는 핸드폰에 루나의 캘린더를 따로 만들어서 밥 양이 줄거나 물 마시고 기침을 하거나 할 때 기록해 두기 시작했다. 아직도 갈길이 멀지만 오늘도 루나와 하루하루 생활을 맞춰가며 살고 있다.
요즘 루나는 낮잠을 잘 때 침대로 가서 이불을 덮고 잔다. 처음엔 루나가 밖에 나간 줄 알았는데, 이불 안에 볼록한 것이 있어서 가보니 저렇게 발을 내밀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정말, 나는 너무 귀여운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