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더운 여름날 밤
1. 문득 시간 개념을 잘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2. 시계를 읽고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어린아이를 보며 새삼 깨닫는다.
3. 10분만 더 노는 건 너무 짧아서 싫다는 아이에게 그럼 100초 있다가 집에 가자고 했더니 환하게 웃으며 기꺼이 동의를 했다.
4. 시간의 단위도 모르고 5분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아이에겐 분초 따위는 내 알바 아니다.
5. 그만 놀고 싶을 때까지(그런 순간이 오긴 하는가!) 놀고, 출출할 때 간식을 찾고, 잠이 올 때 누우면 그만이다.
6. 하지만 한번 시간을 학습한 이후로는 그 안에 아주 깊숙이 갇혀 버리게 되는 것 같다.
7. 한 해가 갔구나, 벌써 분기가 지났구나, 월말이 다가오고 있네, 벌써 오후인데 한 일이 없어...
8. 고개를 돌릴 때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그에 비해서 내가 이뤄둔 것은 얼마나 초라한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9. 계속해서 시간의 흐름을 인지시켜주는 시계와 달력이 없어도 나는 이런 조급함을 느낄까.
10. 지금이 2022년 8월 23일이며 나는 이미 40년을 살았다는 걸 모른 채, 그저 어느 여름을 지나고 있다는 정도만 감각하고 있어도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게 괴로운 일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