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파서 밤고구마를 먹었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by 케잌

1. 며칠째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2. 뇌를 살살 꺼내다가 주름 주름마다 펴서 박박 씻은 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좀 나을까 상상해본다.

3. 몇 주째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다.

4. 심장도 잠시 꺼내서 한 손으로 지그시 눌러 진정을 좀 시킨 다음 넣어두고 싶다.

5. 아프니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간다.

6. 집중해서 글을 읽거나 팟캐스트를 듣는 것도, 반짝거리는 화면을 응시하는 것도,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7. 나는 내 몸이 왜 아픈지, 아프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8. 그저 언젠가 고통이 사라지길 바라며 버티는 것 말고는 지금껏 내 몸에 관심을 둔 적이 별로 없다.

9. 천천히 움직여서 천천히 고구마를 굽는다.

10. 머리 아플 땐 밤고구마 먹으면 낫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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