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름과 옻칠과 입시전략 연구원
1. 오래된 상가의 2층이나 3층쯤에 있는 간판을 구경하는 건 재밌다.
2. 기원, 전당포, 일수식 대출, 간판/현수막, 인력/파출부, 세무회계사무소 등은 어느 동네에서나 자주 눈에 띄는 단골 간판들이다.
3. 이런 업장들이 1층에 위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생소하지는 않은 곳들이다.
4. 교회가 그렇게 상가 건물 3층에 많이 위치해 있다는 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5. 가장 재미있는 건, ‘좋은 이름 연구원’, ‘옻칠 기술 연구원’, ‘입시전략 연구소’, ‘박물관(무슨????)’처럼 과연 무얼 하는 곳일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들이다.
6. 아주 직관적인 이름이니까 말 그대로 ‘좋은 이름을 연구하나 보다’ ‘옻칠 기술을 연구하나 보다’라고 이해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어딘가에 매일 아침마다 상가 3층으로 출근해서 좋은 이름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새삼 흥미롭다.
7. 간판이 반쯤 뜯겨 있거나, 빛이 아주 많이 바래서 읽기 어려운 상태인 곳들은 정말 영업 중인건지 조차 알 수 없어서 더 궁금하다.
8. 어떤 건물들은 앞면만 보수를 해서 아주 멀쩡하고 새것 같아 보이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 옆면을 보면 무너져 내리기 일보직전인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9. 저 간판을 찾아 3층에 올라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말 좋은 이름과 옻칠과 입시전략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아니면 사실 영 다른 것을 하는 곳인데 눈속임으로 저런 간판을 내 단 것일까? 아주아주 의심스럽다.
10. 그에 비해, 새로 지어진 상가들은 하나같이 뻔한 간판들이어서 영 재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