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오바마가 될 필요는 없다
1. 학교 다닐 때 발표를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2. 아마 프레젠테이션 실습을 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여학생 한 명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나머지 학생들이 돌아가며 피드백을 주었다.
3. 프레젠테이션의 내용은 뭔가 심각하고 중요한 내용이었는데, CEO 역할을 맡은 발표자가 사업의 목표를 설명하는 거였든가 투자자에게 피치를 하는 내용이든가 그랬을 것이다.
4. 누군가 발표자의 태도가 너무 '여성스러워서' 내용에 신뢰가 가지 않으니 그걸 좀 프로페셔널하게 바꾸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었다.
5. 긴 곱슬머리를 한쪽 어깨로 늘어뜨린 발표자가 시종일관 '여성스러운' 제스처를 섞어가며 높고 가는 목소리로 발표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6. 은연중에 나 역시 일리 있는 피드백이라고 생각했는데, 발표자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또박또박 반박했다.
7. 여성스러움이 발표 내용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발표 내용의 논리구조와 스토리를 이해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8. 청자는 화자가 전달하는 내용뿐 아니라 화자의 태도와 목소리, 외모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9. 단, 우리가 '신뢰 있는 화자의 조건'을 말할 때 그것이 정말 신뢰의 필요조건인지 아니면 그동안 우리가 너무 특정한 스타일의 화자에만 신뢰성을 부여해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10. 모든 화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지우고 한 가지 스타일에 자신을 맞추도록 훈련시키기보다, 불필요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다양한 화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청자가 되도록 애쓴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