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켰나
1. 글 쓰느라 힘들었다.
2. 브런치북 프로젝트 응모를 하느라 기한에 맞춰 글을 쓴다는 게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3. 잘 써지지 않는 글을 붙들고 있을 때면, 도대체 이런 글을 나 말고 누가 읽는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었다.
4.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글은 역시 안 쓰는 게 낫겠다고 허공에다 대고 으아악 소리를 지르고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5. 글을 수십 번 고치느라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눈이 빠질 것 같아 프린트를 하기로 한다.
6. 오랜만에 전원을 켜서 한참을 버벅거리는 프린터와 씨름을 하면서, 역시 뭐 한다고 이러고 있나 자괴감에 빠진다.
7. 빨간 펜을 들고 글을 고치고 또 고치고 더 고치고 계속 고치느라 이제는 내 글이 꼴도 보기 싫고 아주 지긋지긋해진다.
8. 토할 것 같은 기분이란 이런 건가 싶고, 막판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응모 버튼을 냅다 눌러 버리고 뒤도 안 돌아보았다.
9. 자축을 한다고 맥주 한 캔을 땄는데, 갈수록 줄어드는 주량 때문에 그마저도 다 마시지 못했다.
10.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이 고생을 사서 하면서, ‘그래도 이 고통이 다른 고통보다 더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