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랜덤한 어린 시절의 기록
1. 어릴 때 돈을 훔친 적이 있다.
2. 몇 살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엄마를 따라 엄마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3. 어른들은 얘기를 나누느라 나에게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나는 이 방 저 방을 구경하다 예쁜 돼지 저금통을 발견했다.
4. 돈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을 때였던 것 같은데, 왜인지 그 저금통 안의 동전들이 갖고 싶었다.
5. 나는 치마 아래 입은 하얀색 면 스타킹 안에 동전을 잔뜩 쑤셔 넣었다.
6.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걸을 때마다 동전들이 주르륵 흘러 스타킹의 발목 근처에 모래주머니처럼 불룩하게 쌓였다.
7. 어기적 어기적 걷는 내 모습을 보고 엄마가 문제를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8. 기겁을 한 엄마는 나를 데리고 곧바로 친구 집으로 돌아가, 동전을 돌려주고 사과를 하게 했다.
9. 그다음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니 그다지 크게 혼나지는 않은 모양이다.
10. 하지만 걸을 때마다 절그럭 절그럭 소리를 내던 동전 뭉치는 아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