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2022

안녕 2023

by 케잌

1.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소속도, 나에게 ‘주어진’ 일도 없는 한 해였다.

2. 자유롭다고 느끼면서도 망망대해에 둥둥 떠 있는 불안한 기분에 휩싸여 어디든 다시 몸을 묶어두고 싶다는 욕구에 종종 시달렸다.

3. 해야 할 일이 하나도 없는데도 매일 바빴고, 뒤돌아보면 무엇 때문에 바빴던 건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드는 건 회사를 다닐 때나 그러지 않을 때나 똑같다는 걸 느꼈다.

4. 매일 글을 쓰고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5.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전시나 공연을 충동적으로 즐겼다.

6. 꾸준히, 하지만 어느 때보다 천천히 운동을 했다.

7.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8. 새로운 일을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그중 하나는 대차게 실패했으며, 또 다른 하나는 내년에 다시 도전할 것이기에 아직 실패라고 부르기를 거부하고 있다.

9. 조급하고 불안하고 먹먹한 마음에 시도 때도 없이 휘말린 한 해였으나, 모든 새로움엔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달랜 한 해이기도 했다.

10. 아주 제대로 엉망진창이었던 괜찮은 한 해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트리에 불을 켜고, 촛불을 불고, 카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