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연 Aug 05. 2022

보도국의 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병이 잇따라 창궐했지만 보도국의 시간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바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 해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사태 속에서 심리적, 물리적으로 허우적댔지만 정치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잘도 흐르고 있었다.


선거의 모습은 변하고 있었다. 직접 사람을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본인을 홍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비대면', '온라인' 방식의 선거운동이 생겨났다. 주로 SNS를 통해 홍보하거나 LED전광판이 달린 유세차량으로 홍보했다.

때문에 기발한 주제와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후보들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변화가 바람직하고 또 필요하다고는 보지만 어쩐지 역차별을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결국은 돈 많은 후보가 각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인력을 고용해 시대의 흐름, 소위 '트렌드'에 맞는 홍보방식을 갖출 수 있는 반면 그저 필연적으로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후보는 진정성과는 별개로 눈에 띄기 힘들기 때문이다.


훗날 거의 모든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들여놓자 이런 기술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중장년층 혹은 노년층이 결국 창피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계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 사례를 보았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급변'하고 '극변'하는 세상은 어쩐지 점점 더 냉혹해지는 것만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급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정치의 모습은 천편일률적이었다.

급속히 번지고 있는 감염병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인간이 정치 앞에서는 또 저마다의 이익을 앞세우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다.


어떻게보면 정치인들은 하루하루에 아주 충실해서 집중하며 살아가는 인간 중 한 명일 것이다.

선거 운동 기간, 그들의 선거 전-중-후 기간을 따라다니며 밀착취재하는 동안 그게 가장 궁금했다.

저들은 어떻게 체력을 관리하나.


총선과 지선을 막론하고 각 후보들의 일정을 쫓아다니다보면 '정말 저들은 철인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새벽부터 지역 주민들을 만나러 다니고 시간을 쪼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하고 점심시간에도 배식봉사를 하거나 또 누군가를 만나서 얘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다. 

그야말로 군중에 둘러싸인 인생이다. 


MBTI 성격검사를 할때마다 '매우 희귀한 성격'으로 꼽히는 INTJ(전략가형)가 나오는 나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정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도 낮을 뿐더러 혼자만의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부류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못하겠다 싶다.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 의도가 있어도 없는 척, 의도가 없어도 있어보이는 척.

용의주도할 자신도 없으니 말이다.


선거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여론조사가 한창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선거구가 8개로 나뉘어 치열한 자리싸움이 진행 중이었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려고 분석해보니 민심은 또 극명하게 좌우로 갈리어, 여야는 각각 '정권지지론'과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수싸움을 벌였다.


보도국은 총선날 당일, 개표방송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바빴다.

밤을 꼴딱새고 다음날 아침뉴스에 넣을 기사까지 제작해 넘긴다음 잠깐 휴게실에 가서 쪽잠을 자려고 누웠던 순간이 떠오른다. '하얗게 불태웠다‥'고 생각하며 슬며시 잠이 들었다. 


그 시각 호기롭게 선거에 뛰어들었던 인사들 중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며 희비가 교차했다.

그리고 다행히 감염병 추세가 조금은 잠잠해 지는 듯 했다.



작가의 이전글 가지말라는 곳에 간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