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아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그럴 때가 있다. 슬픔이 애매하게 돌아다니는데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어딘가에 그걸 둔 채로 꾸역꾸역 살다가. 엉뚱한 곳에서 울만 한 일이 생기면 그대로 엉엉 울게 될 때가. 그렇게 울고 나서야 자신이 그동안 슬펐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요즘은 사실 울고 싶었다. 울고 있던 아침에는 몰랐고, 이 밤에 오늘 일을 이렇게 적고 있으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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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당황했다. 울 일도 아닌데 갑자기 왈칵 눈물을 쏟아내는 나로 인해, 누구 하나 위로도 나오지 않을 만큼 분위기는 뒤엉켰다. 가장 놀란 건 나였다. 눈물을 닦으면서도 내가 왜 울고 있는지 몰랐다.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엉킨 분위기를 풀기 바빴다. 분위기보다 더 엉켜 있는 건 내 마음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언젠간 풀릴 거라 생각하고 내버려 두기만 했더니 정말 엉뚱한 타이밍에 툭툭 떨어지고 말았다. 진작 울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미리 울어둘걸. 사실 이렇게 슬픈지도 몰랐지. 기쁨은 금세 알아차리면서 슬픔은 왜 이리 늦게 알아차릴까.
매일 아침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하고 물 한잔을 마신다. 그리고 오늘 슬픔에 대해 나에게 물어봐야겠다. 차라리 아침 일찍 다 울어버리고 남은 하루는 울지 않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