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실망하는 법

환상이 무너진 자리에 남은 것들에 대하여

by 디어마이데이

솔직해지자. 누군가에게 실망하는 일은 꽤나 피곤한 노동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피드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단 한 번의 무례한 태도나, 혹은 기대에 못 미치는 촌스러운 취향을 드러낼 때의 그 서늘함이란. 우리는 종종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묻지만, 사실 그 질문은 틀렸다. 그는 원래 그랬고, 단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편집해서 봐왔을 뿐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실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와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필터 없는 자연광 아래서 그의 민낯을 보고, 그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의 결을 관찰하는 것. 멋진 카페에서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 지루한 대기 시간이나 예상치 못한 트래픽 잼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바닥'을 확인하는 일이다.


하지만 실망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 관계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망은 관계의 유통기한을 늘려주는 방부제가 되기도 한다. 완벽한 누군가를 연기해야 하는 피로감에서 벗어나 서로의 '구림'을 인정하는 단계, 그것이 찐한 관계의 시작이니까.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자. 실망은 당신의 안목이 높아졌다는 증거이고, 이제야 비로소 당신이 진짜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뿐이다.


무엇보다, 당신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미 실망스러운 존재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그 실망은 좀 더 견딜만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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