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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13. 2019

[다낭소리] 우리의 편견

 우리의 편견 

 조금 예민한 얘기를 해보련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더 높을까? 더 순수할까? 


 겪어 본 바로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내가 만난 그 어떤 베트남 사람도 부자 빼고는 돈 걱정 없이 살지 않았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간다며 걱정하고 월급 탄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벌써 월급날을 기다린다. 부모들은 빚내서 자식들 대학 보내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안 하고 공부만 하는 애들을 부러워한다. 과연 베트남만의 이야기일까? 이보다 더 가난하고 덜 발전된 곳에서는 여전히 다르게 살아간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껏 개발도상국이라고 하는 나라는 딱 네 군데 가 봤는데 돈 때문에 울고 웃는 건 세계 어딜 가나 똑같다는 걸 느꼈을 뿐이다. 여행을 하면서 본 모습도 그랬고 일이년 정착해서 살아봐도 그랬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더 돈에 집중했다. 


 가끔은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 사는 게 똑같이 더 힘들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살던 때는 크게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었다. 부자와 유명인은 저 세상 사람으로 느껴졌지 지금처럼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이 다 행복해 보이는 일은 없었다. 개발도상국이라고 해서 모르고 사는 건 아니다. 요즘은 외딴섬이든 산골이든 인터넷이 터진다. 아이들은 집에 인터넷이 없으면 학교에서라도 페이스 북에 접속하고 유튜브로 별별 동영상을 다 돌려 본다. 그래서인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더 순수하다는 것도 편견일 수 있다. 나는 매 학기 시험 기간만 되면 부정행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믿기 어렵다는 사람에게 아이들이 착한 것과 커닝하는 것은 별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심성이 못되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정직성이 결여되거나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지나쳐서 그런다.


 베트남에서는 별 쇼킹한 일을 격어 보지 않았지만 더한 경우도 많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단원들 얘기를 듣다 보면 봉사하러 와서 왜 칭칭총총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동양인이라고 무시당해야 하는지 분하고 서럽다. 외국 나와서 아이들에게 소매치기나 인종 차별 당해 본 사람들은 알 거다. 그 어린 것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도시라고 해서 심하고 시골이라고 해서 덜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개발도상국에 왔다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만 않는다면 이곳의 아이들도 한국 아이들과 별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딱 그만큼 귀엽고 당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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