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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Nov 13. 2019

[다낭소리] 마지막 방학

 마지막 방학

 방학을 했다. 이번엔 대차게 쉬어 볼까 하다가 마지막이라는 게 아쉬워 동아리를 열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안다. 다낭만 해도 한국어 학원도 많고 인터넷에 들어가면 무료 강의와 교재도 다운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속도도 느리지 않아 필요하면 누구나 독학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도 기회가 될 때 한 번이라도 더 학생들을 만나고 싶었고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 싶었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강좌와 1학년 학생들을 위한 동아리를 열었다. 


 그래도 여유가 있어 여행도 다니고 오랜만의 집순이 생활도 즐겼다. 1년 동안 함께한 1학년 학생들과 함께 1박 2일 야유회를 계획했다. 부러 한국어로 일정을 짜고 준비물을 정해 보라고 했더니 이제는 곧잘 한다. 호이안에 있는 펜션을 잡았다. 수영도 하고 밤에는 야시장에 갈 생각이다. 호이안이 고향인 학생 덕에 저렴한 방을 찾았다. 한 방에 대여섯 명씩 섞여 자면서도 내겐 편히 쉬라며 가장 좋은 독방을 내주었다.  


 다낭에서 오토바이로 한 시간밖에 안 걸리는데도 처음 가 본다는 학생들이 있었다. 짐 풀고 바로 나가자고 할 줄 알았더니 사진 찍느라 바쁘다. 점심을 만들어 먹고 한숨 자다가 수영장에 들어갔다. 수업 시간에 배운 한국어 게임을 하며 물장난을 쳤다. 369를 하다 나도 한 번 걸려 거센 물세례를 받았다. 내가 걸리기만을 기다렸었나 보다. 


 저녁은 밖에서 먹자고 하여 씻고 나가 보니 낯선 사람들이 가득했다. 옷은 얼마나 과감하고 화장은 또 어찌나 진한지 내가 알던 학생들이 아니다. 그렇게 차려입고 밥은 또 목욕탕 의자에 앉아서 먹었다. 후덥지근한 공기와 육수 끓이는 냄비의 열기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 그래도 난 이런 게 좋다. 뜨거운 국수를 후후 불어 먹으며 서로에게 손부채질 해주었다. 음식이 나오면 내게 먼저 밀어 주고 이것저것 넣어 먹으라고 알려주는 친절함이 고맙다. 


 저녁을 계산하려 하니 회비 남은 걸로 대신한다고 한다. 여태껏 나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여기까지 학생들 오토바이로 오고 방값도 애들끼리 돈을 모아 냈다. 작정하고 나를 대접하려는 마음이 고마워 알겠다고 하고 넘어갔다. 맛있게 잘 먹었다며 배꼽 인사를 하니 학생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눈썹이며 마스카라까지 화장은 나보다도 더 잘했는데 내 눈엔 마치 고등학생들이 한껏 힘준 모양새처럼 보여 귀여울 따름이다. 그 아이들이 내게 이따 술판을 벌이자고 소리쳤다. 야시장 구경은 얼마 하지도 않고 돌아왔다. 그것보다 이게 더 중요한가 보다. 다낭에서부터 준비해 온 간식거리를 꺼내고 호이안 시장에서 사 온 과일과 술을 내놓았다. 나도 가방에 숨겨두었던 것을 꺼냈다. 값이 비싸 학생들이 살까말까 고민하다 포기한 마른안주. 주방에서 갓 만든 튀김까지 꺼내니 그럴싸한 한 상이 차려졌다. 


 흥 많은 우리 학생들이 노는데 음악이 빠질 리가 있나. 돌아가며 한 곡씩 부르고 기분나면 일어나서 춤까지 췄다. 그 와중에 술은 다들 어쩜 그리 잘 마시는지. 한참을 먹고 마시다 학생들이 준비한 게임을 했다. 이 알찬 구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놀 땐 제대로 노는 학생들 덕에 침대에 눕자마자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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