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은 구름 맛집
별이 뜨는 곳으로 가고 싶었던 나는, 반딧불 대신 시멘트 가루가 날리는 다낭에 살고 있다. 건물의 네온사인이 화려해 별도 볼 수 없는 곳에서 유일하게 잘 보이는 것은 크게 뜨는 달, 파란 하늘 그리고 구름.
다낭의 구름은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게 아니라 쫀득쫀득 씹힐 것만 같다. 뭉게구름의 표본 아닐까? 정말 쫀쫀하게 생긴 구름이다.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야자수 나무 아래로 펼쳐진 파란 바다가 아니라 이 머랭 같은 구름이었다.
내가 작가라면 구름 사진만 한 백장 찍어 놓고 무료 전시회를 하고 싶다. 마음이 심란한 사람, 우울한 사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편히 보고 갈 수 있도록. 가만, 그러나 전시회를 하려면 공간이 필요하고 대여료를 지불해야 한다.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도심은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시골에서 하자니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겠지. 그래서 오늘의 생각도 여기까지. 뭔가를 하려고 하면 안 되는 것들부터 생각나는 건 내가 소심해서일까 아니면 세상 물정을 알게 되어서 일까. 아쉬운 마음 뒤로하고 SNS에 올려 본다. 누구든, 보라.
그와 더불어 날마다 눈에 담고 싶은 것은 베트남의 달. 불교 신자가 많은 베트남에서는 정월 초하루와 보름에 제사를 지낸다. 제사 전후로는 여러 가지 것을 한데 모아 활활 태운다. 조그만 드럼통 안을 불쏘시개로 뒤적거리는 모습을 보다 고개를 들면 역시나,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달이 떠 있다.
부임 초반 나는 사람이 다니지도 못하게 왜 인도에서 쓰레기를 태우느냐고 짜증을 냈었다. 길거리 아무데서나 쓰레기를 태워 매캐한 연기가 나는 것, 뜨거운 불통을 놓아 보행을 방해하는 것, 재가 날릴까봐 멀찌감치 걸어야 하는 것 모두 불만거리였다.
이제는 익숙하다. 물론 지금도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집이 좁으니 거리로 나오는 거라고, 여기에도 무슨 풍습 같은 게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연기 냄새가 나면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 연기가 내게 ‘달 보는 시기’를 알려주고 있다. 대부분은 환한 보름달이 자태를 드러내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유난히 크고 가깝게 뜬 것처럼 느껴진다. 밉다가도 정이 들고 싫다가도 다시 보게 되는 건 이런 것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