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지혜 Sep 12. 2023

감각형 엄마와 직관형 엄마

MBTI 육아: S or N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말이야. 눈, 귀, 피부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가 들어오지.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감각형과 직관형을 구분할 수 있어.


엄마는 아빠와 차를 타고 가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곤 해. 그리고 아빠와 엄마는 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아는 것은 이해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어. 어떤 대상을 이해하고 싶으면, 그 대상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단다.


예를 들어 볼까. 차를 타고 가다가 나무가 보였어. 엄마는 아빠에게 물어보지. 방금 나무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말이야. 엄마는 그 나무의 생김새, 색깔, 크기, 위치에 대해서 이야기해. “나무가 활엽수네. 단풍이 들었네. 다른 나무보다 좀 크네.” 이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세상에 아빠는 뭐라고 하는 줄 아니?


“나무가 활엽수인걸 보니 초등학교 때 배웠지.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OO 선생님도 있었고, OO 친구도 있었는데...”라고 하는 거야. 엄마는 네 아빠의 사고 흐름을 따라갈 수 없어. 그런 생각을 하다니 엄마의 입장에서는 정말 신박하거든. 하지만 아빠 말로는 엄마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그 나무를 보지조차 않았을 것이라고 하네?


엄마는 감각형(S)이야. 네 아빠는 직관형(N)이지. 엄마(Sensing)는 그 나무를 엄마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지. 보이는 특징들을 아주 세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 하지만 아빠(iNtuition)는 나무를 보고 떠오르는 이미지와 심상들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관련된 생각들이 아주 빠르게 끊임없이 떠오른다고 하더라.



감각형(S): 원숭이는 원숭이.
직관형(N);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은 것은 백두산.



어떻게 원숭이에서 백두산까지 흘러간 것일까. 하여간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흘러가는 거지. 직관형(N)인 아빠의 말로는 위의 예시 역시 자신의 생각을 전부 다 담지 못한다고 하더라. 생각들이 마구잡이로 pop up! 하는 거지.




감각형(S) 엄마들은 직관형 자녀들의 이야기를 ‘하찮거나’, ‘쓸데없는 걱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물론 네 아빠의 이야기를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란다. 하하. 오감에 의존하는 감각형(S)의 엄마들은 그래서 현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믿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 않아.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진 일들이 중요하지. 가정if에 기반한 생각을 잘 하지 않아. 그런 생각에 별로 흥미가 없거든.


그래서 네가 “엄마. 만약에 귀신이 나오면 어떻게 해?”라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엄마의 훈련과 노력을 통해 너의 그런 상상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겠지만, 사실은 너의 질문에 재밌고 현명하게 대답해 줄 자신이 없어. 그리고 엄마의 솔직한 속마음은 “그런 일은 일어날 일 없으니 그냥 자렴.”이라고 말하고 싶단다. 좋은 방법은 네 아빠에게 “OO이가 귀신이 나오면 어떡하냐고 묻는데?”라면서 은근슬쩍 떠넘기는 거야. 네 아빠는 눈이 반짝거리며 같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지. 너무 재밌어서 너랑 밤을 새워 이야기할걸? 내일 학교에 가야 하는 현실적인 일들이 있는데도 말이야(직관형들이게 먹이를 주면 안도.ㅐ..).


감각형(S) 엄마들은 현실적인 것들에 관심을 갖지. 네가 잘 먹는지, 잘 자는지, 건강한지, 학교는 잘 다니는지,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관찰하는 거지. 또 네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알려 줄 거야.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팁들 말이야. 네가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지. 하지만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범위에서 벗어나는 일을 다루는 것은 어려울 수 있어. 예를 들어 네가 유치원에 가기 전에 옷을 입지 않으려고 한다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상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지. 또 생각에 빠져 빨리빨리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너의 모습에 답답해 할 수도 있어. 숙제를 하다가 궁금한게 생겨서 내일까지 해야 하는 숙제는 끝내지 않고 책만 읽고 있는 네 모습을 이해해야 하는 거지.




반면에 직관형(N) 엄마들은 시시각각 발생하는 문제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갑자기 아이가 우유를 엎질렀다든지,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새벽에 병원을 가야 한다든지. 이런 돌발행동이 있을 때, 감각형(S) 엄마들보다 덜 좌절하고 덜 힘들어하지.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보다는 아이의 가능성을 발휘하면서 살아가길 바랄 거야.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깊이 사유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지. 아주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직관형(N) 엄마들의 장점이기도 해. 옳거나 그른 것보다는 그 이면에 숨은 의미와 가능성을 보고 아이에게 전달해 줄 수 있지.


그래서 엄마와는 다르게 아빠는 참 유연하게 살아간단다. 엄마를 만나기 전에는 훨씬 더 그랬던 것 같아. 엄마는 눈으로 보이는 대로 살아가지. 나쁜 건 나쁜 것. 옳은 건 옳은 것. 그건 그것. 이건 이것. 저건 저것. 하지만 아빠는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그건 이것일 수도 있고, 이건 그것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또 바라본단다.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소소하고 현실적인 일들에는 소홀할지도 몰라.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중간고사를 어떻게 대비할지 걱정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직관형(N) 엄마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거야. 특히 감각형(S)이 우세한 아이는 엄마와 함께 만두를 만들어 먹으면서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끼고 싶어 하지만, 직관형(N) 엄마는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 작품을 보여주려고 미술관에 데려갈 수도 있지. 또는 육아에 필요한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챙기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어. 요리나 빨래 등 집안일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가늠하지 못하고, 미루고 미뤄서 집안일이 왕창 쌓여버릴지도 모르지. 부엌을 적당하게 정리하려고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싱크대에 있는 그릇을 왕창 꺼내놓을 수도 있어. 간단한 청소를 시작했지만 어느새 대청소가 되어있는 것이지. 직관형(N) 엄마들은 큰 범위에 들어가는 세세한 일들이 모두 떠올라서 그것들을 전부 다 해야 하거나 한 개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  만약 인식형(P)이라면 이런 모습은 강하게 발현될 거야. 나에게 주어지는 환경을 어떻게 조직화하는지에 따라 감각형(S)과 직관형(N)은 더 두드러지기도 하고 보완되기도 하지.




나중에 네가 태어나면 엄마는 너에게 똑같이 물어볼 거야. 방금 본 나무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말이야. 네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알아야 너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 다행히 엄마와 같은 감각형(S)이라면 네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네가 아빠를 닮아 "무슨 나무? 나무가 있었어?"라고 말하는 직관형(N)이 우세한 아이로 태어났을 땐 엄마는 너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할 거야. 걱정마. 아빠를 통해 엄마는 오늘도 단련하고 있으니까 :)


P.S. 감각형(S)이 우세한 엄마로서 글이 조금 편파적일 수 있습니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외향형 엄마와 내향형 엄마 -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