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산을 찾아서
꼭 가보고싶었다.
직장 동료가 페루 '무지개산'이라며 사진을 보여준 그 때부터 그곳은 나의 로망 여행지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이 사진이 실제인가, 포토샵인가 싶었다.
형형색색, 말그대로 무지개 색이 다채롭게 쌓여있는 굴곡진 지층이 초현실적으로 보였다.
그것도 5,000미터가 넘은 산위에 위치한 곳에 위치한 곳이라니. 내 눈으로 보고싶었다.
자연의 신비함을 초현실적인 그 힘을 느끼고 싶었다.
3세, 9세의 아이를 동반한 여행에서 고산은 정말 쉽지않다. 아이들의 컨디션은 수시로 바뀌고 통증이나 신체의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할수도 있다. 게다가 높은 지대는 춥기도 하다. 그게 여름일지라도!
감행했다. 쿠스코에서 그 무지개산이 있는 '비니쿤카'라는 지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4시간여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새벽 4시반에 호텔로 버스가 픽업을 온다고했다. 전날 우리는 마추픽추에서 밤 11시 넘어 돌아왔지만 네명이 새벽같이 잘도 일어나 호텔 앞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 길고 좁다란 골목을 따라 새벽 픽업하는 관광 버스, aka 봉고차,가 많이도 다닌다. 우리 차가 도착했다. 어제 마추픽추 갈때 탔던 봉고차보다도 더 좁다. 그와중에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은 우리가족 뿐이다.
2시간여 달려 아침먹는 허름한 식당에 도착했다. 먹는둥 마는둥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두시간여를 달린다. 어제처럼 다시 또 구불구불 비포장 산길을 오른다. 차로 갈수 있는데까지 올라가서는 트래킹으로 '무지개 산' 봉우리를 보러 가거나, 오토바이 또는 말을 타고 갈수 있다. 아이와 함께인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오토바이를 탔다. 그렇게 가면 한 5분이면 도착한다. 걸어서는 40분이 걸린다고 한다.
정상에 도착하면 다시 또 무지개산 봉우리 앞으로 가기까지 약 5분을 걸어야한다. 그 5분이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그곳에서는 50분처럼 느껴진다. 숨이 가쁘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야한다. 저혈압인 나는 그래도 참을만했다. 배우자와 3살 아이는 오래 시도하지 않고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봉고차로 내려갔다.
9살 아이는 나와 함께해주었다. 같이 무지개산 앞으로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사방은 눈 덮인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무지개산이 화려한 빛깔을 뽐내며 우뚝 서있다. 놀라웠다. 아니, 이런 자연의 신비함에 넋을 잃었다. 솔직히 나에겐 마추픽추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뭐랄까, 굳이 비교하자면 마추픽추는 사람이 만들었지만 여기 이 무지개산은 자연이 만들었으니까.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울림이 있었다. 먹먹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페루는 정말, 어떤 나라인가 싶었다. 마추픽추에 비니쿤카까지, 뭔가 범접할 수 있는 기운이 가득한 기분마저 들었다. 게다가 페루인들의 전통복장은 또 얼마나 화려한가. 그 모든것이 머릿속에서 뒤섞여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그곳은 쉽지 않았다. 숨도 차고 춥기도 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태양과 더 가까운만큼 햇볕도 강해서 눈이 더 부시고 얼굴은 더 쉽게 까매졌다. 돌아가는 길도 내 짧은 다리도 펼수 없을만큼 좁은 봉고차를 타고 4시간여 가야했지만, 잘 왔다 싶었다. 그 어떤 훌륭한 예술가도 이렇게 경이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내 인생에 또 언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너무 힘들어 다시 올것같지는 않다) 마음속에 꾹꾹 눌러담았다.
정말 고생스럽다. 나 혼자 갔어도 쉽지않을 곳이었지만, 아이와 함께해서 더 특별했다. 우리가족 모두 비니쿤카도 갔었지하는 뭔지모를 뿌듯함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이 일정을 아이와 함께 하라고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나는 정말 너무 좋았다. 나는 아마도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음날 쿠스코를 떠나며 그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내가 여기 쿠스코에 다시 올 일이 또 있을까. 이게 생애 마지막 쿠스코 방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와밨다는 사실에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살아있음에 가족과 함께 함에, 페루 쿠스코를 여행할 수 있었음에 모든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페루, 그곳은 정말 특별한 여행지였다. 여행을 하다보면 그 나라나 지역에 대한 색감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페루는 색 하나를 찾지 못하겠다. 워랄까 그저 생생하고 다채로운 색이 촌스럽게 엮여있지만, 눈에서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패턴을 만들어 낸 것 같달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힘들었고 재밌었고 경이로웠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