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마코치 Aug 12. 2019

18가지 마음의 매트릭스

‘인간 본성의 법칙’리뷰

우리는 내 행동이 대부분 의식적이고 의지에 따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 행동을 늘 내가 통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진실이다. 우리는 내면 깊숙한 곳에 위치한 여러 힘의 지배를 받는다. 그 힘들은 의식보다 낮은 수준에서 활동하면서 우리의 행동을 좌우한다. 8쪽     
인간 본성은 우리의 뇌 구조가 이미 특정한 방식으로 구조 지어져 있는 데서 비롯된다. 신경계의 구성이나 인간이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도 거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인간이라는 종이 500만 년에 걸쳐 진화하는 동안 서서히 만들어지고 발달한 부분이다. 인간 본성을 뜯어보면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해온 것과 관련되는 내용이 많다. 9쪽   



우리 인류는 영장류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스스로 지구 상의 어떤 생물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조상들에 비해 현존 인류의 지력은 월등히 높아졌으나 여전히 많은 물음을 안고 있다. 가장 친밀해야 할 우리의 본성, 마음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설상가상으로 마음의 본성에 대해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우리는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라는 편향된 사고 속에 살고 있으며 그것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생물학적 특징이기도 하다.



인간 본성은 간단치 않다. 그것을 백과사전식으로 하나하나 분석한 이 책은 920쪽이라는 방대한 분량도 부족해 보인다. 기판 위의 회로처럼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덧입혀져 고착된 마음의 회로들은 일종의 함수관계 즉, 매트릭스라 할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피어스: 매트릭스는 모든 곳에 있어, 우리 주위의 모든 곳에. 매트릭스란 뭐지? 그건 통제야. 매트릭스는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세계란 말이야.
네오: 무슨 진실이요?
모피어스: 네가 노예란 진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스몰린의 책 [양자중력의 세 가지 길]에 따르면, 세상은 사건과 과정으로 이루어졌을 뿐 거기에 '어떤 것(things)'이란 없다. 세상에서 말하는 자아 또는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과정(process)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서히 변화하는 것과 빨리 변화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은 과정으로 인식된다. 그 왜곡된 세계에서 우리는 자신의 본성을 보지 못하고 재구성된 마음의 물결 속에서 감정의 노예로 살아간다. 우리의 오감으로 재구성된 실재는 객관적이지 않으며 믿을 수 없다. 그러나 마음은 그것을 실재라고 믿는다. ‘인간 본성의 법칙’은 마음이 실재라고 굳게 믿고 있는 18개 매트릭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피어스의 말처럼 우리는 오감이 마비된 ‘감옥’에서 태어났다. 오감의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마음, ‘이성’이 중요하다. 거울은 우리의 마음을 비춰(reflection) 준다. 우리 자신이 깨끗한 거울이 되면 재구성된 세계가 아닌 실재 세계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이야기한 마음이 자유로운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어떤 자질을 내게 투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나라는 개인을 보고 있는 게 아니다. 14쪽
인간의 내면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자아가 있다. ‘저차원적 자아’와 ‘고차원적 자아’가 바로 그것이다. 보통은 저차원적 자아의 힘이 더 세다. 저차원적 자아는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방어적 자세를 취하려는 충동을 일으킨다. 19쪽



오감의 감옥에서 우리는 저차원적 자아의 통제를 받는다. 감정에 따라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을 투사해 사건을 볼뿐이다. 결코 이성적일 수 없다. 본질보다는 자존심에 따르며, 이미 믿고 있는 대로 확인할 증거를 찾아낸다. 그것은 다시 잘못된 결정으로 부정적 결과를 만들어 내고 분쟁의 패턴을 반복하며 비이성적 회로는 더욱 강화된다.



책에서 다루는 18가지의 주제만 살펴봐도 개략적인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1. 비이성적 행동의 법칙 - 나를 지배하는 감정을 극복한다

2. 자기도취의 법칙 - 자기애를 타인에 대한 공감으로 바꾼다

3. 역할 놀이의 법칙 - 가면 뒤에 숨은 실체를 꿰뚫는다

4. 강박적 행동의 법칙 - 성격의 유형을 파악한다

5. 선망의 법칙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욕망의 대상이 되라

6. 근시안의 법칙 - 사건을 뒤흔드는 더 큰 흐름을 주시한다

7. 방어적 태도의 법칙 - 상대를 긍정해서 저항을 누그러뜨린다

8. 자기 훼방의 법칙 - 태도를 바꾸면 주변이 변한다

9. 억압의 법칙 - 내 안의 어둠을 직시한다

10. 시기심의 법칙 -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다

11. 과대망상의 법칙 - 나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평가한다

12. 젠더 고정관념의 법칙 - 나에게 맞는 성 역할을 창조한다

13. 목표 상실의 법칙 - 인생의 소명을 발견하고 지침을 삼는다

14. 동조의 법칙 - 집단의 영향력에 저항하라

15. 변덕의 법칙 - 권위란 따르고 싶은 모습을 연출하는 기술이다

16. 공격성의 법칙 - 상냥한 얼굴 뒤의 적개심을 감지한다

17. 세대 근시안의 법칙 - 시대의 흐름에서 기회를 포착한다

18. 죽음 부정의 법칙 - 인간의 운명인 죽음을 생각한다



'인간 본성의 법칙'은 각 챕터 도입마다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싣고 해석해주어 독자의 이해와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마음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알기 쉽게 정리한 편집도 돋보였다. 독자에 따라서는 이 책을 마음공부 책으로 볼 수 있고, 또 어떤 이는 심리과학의 책으로, 처세술에 대한 책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무엇이 되었든 책의 방대한 사례조사와 분석을 보면서 작가의 진지한 탐구에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매디슨의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고전학을 전공한 저자 로버트 그린은 〈에스콰이어〉의 편집자로 할리우드에서 스토리 작가로도 활동했다. 현대판 《군주론》으로 평가되며 출간되자마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오른 《권력의 법칙》을 비롯해 《유혹의 기술》, 《전쟁의 기술》이 대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권력술의 멘토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우리의 삶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통찰을 정확하게 짚어내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류는 여전히 자신을 몰이해 속 불가사의의 대상으로 남겨두고 있다. ‘인간 본성의 법칙’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흥미로운 존재로서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데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었다. 다만, 저자가 경고하였듯이 이 책의 독자가 주의할 점이 있다. 책의 내용을 내로남불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공감하는 내용들을 자신에게 비추어 스스로를 깨우는데 적용할 수 있다면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마음의 에너지 싸움에 끌려다니지 않고 네오처럼 매트릭스를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http://m.yes24.com/Goods/Detail/757498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